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나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나이가 들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짧게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몇십 년에 걸쳐서 하는 경험을 나는 몇 개월에 경험하는 것이다.
어제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 할 수 없고,
당연하다 느낀 능력들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들…
수많은 시간을 반성하게 된다. (부디 제가 때로 알고 때론 모르고 지은 죄들 용서하세요. 어리고 어리석었어요. ㅠㅜ)
사경을 헤매다가도 며칠 반짝 컨디션이 좋아지면 희망을 갖게 되는 여린 마음…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순간들…
하나씩 하나씩 몸의 기관이 망가지는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순간들…
겁이 많아 여기까지도 너무나 두려웠고 고통스러웠지만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버텼다.
이제 그 고통의 막바지에 다다랐기에 오히려 감사하다.
이 반복의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TV에서 본 한 스님의 말씀이었다.
지금의 신체를 가진 나는, 내 영혼이 아니라 나의 아바타라고 하셨다. 내 아바타의 상황을 지켜보라는 말씀이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덜하게 한다.
아… 내 영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민경이라는 이름과 몸을 가진 이번 생의 아바타가 사라지는 거구나…
지금 내 아바타가 고통 속에 있구나… 등의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게 했다.
모든 죽은 자들은 참으로 위대한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두려운 과정을 혼자서 묵묵히 걸어가신 걸까? (물론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결국 자신의 죽음은 혼자만의 숙제라는 점에서…) 부디 신민경이라는 아바타가 마주할 새로운 경험에 큰 고통과 두려움이 없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될 줄은 모르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