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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Apr 09. 2022

사랑을 꿀꺽 삼킨 욕심쟁이

우리 아빠는… 정말 딸바보다. 노년의 운동은 밥 먹는 것보다 중요하기에, 또 아픈 자식을 가진 이는 더 건강해야 하기에 매일 집을 나서지만, 집 주위를 떠나지 못한다. 전화하면 달려올 수 있는 5-10분 거리 내 항상 있다.


불 끄고 잠들지 못하고, 불안증이 심한 내 곁에 앉은 아빠에게 “아빠… 클레멘타인이 어떻게 부르는 거지?!” 그러면 가사가 생각이 나면 생각나는 대로 아닌 부분은 허밍으로 최선을 다해 내손을 살포시 잡고 불러준다. 아빠의 노래는 블랙홀에 빠질까 두려워 잠들지 못하는 내가 잠들 수 있게 한다.


우리 아빠는 책도 잘 읽어준다. 아프고 나서부터… 그리고 눈이 잘 안 보이고부터는 그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때론 내가 쓴 내 책도 아빠가 읽어준다. 이번에는 책 대신 브런치에 내 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달라고 했다. 글을 써준 이, 댓글의 내용 하나하나 다정하게 읽어주셨다.


잘 보이지 않는 눈에서도 눈물은 나는구나... 눈물이 코 뒤를 따라 보이지 않게 조용히 솟았다가 속으로 콸콸 흘러내렸다. 울면 숨쉬기가 더 힘들기에 늘 울지 않으려 이를 앙물지만, 세상엔 참을 수 없는 일이 아주 아주 많다.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18이나 전쟁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처럼… 그런 순간에 아빠가 모르는 척 대신 울어주었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사랑을 느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다. 댓글을 써주신 분들의 사랑에 그것을 읽어주는 아빠의 사랑이 더해져 다시 한번 감사과 사랑 속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린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하지만 내 기분은 우리의 영혼이 서로를 껴안고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되뇌었다. 아름다운 색으로 다채롭게 빛나는 고운이들의 사랑에  마음에 감사함이 흘러넘쳤다.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을 모아 특별 박스에 넣어서 세상의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줄 수만 있다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네주신 용기, 응원, 기도, 사랑의 글들이 너무 예뻐서 꿀꺽 삼켜버린 욕심쟁이가  수밖에 없었다.


이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의 사랑이 세상 곳곳에 점점 퍼져나가길… 내 부모의 사랑이 나를 지키는 것처럼 우리의 사랑이 세상 여러 힘든 이들을 품어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밍갱,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며 온 마음과 힘을 모아 쓰는 글이 자꾸만 마지막이 아니게 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벌써 그리워 당신의 영혼에 머리를 기대고 얼굴을 비비며 깍지 낀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나의 영혼을 본다. 이렇게 소중한 거였는데 말이다… 사랑한다. 허나 제발… 이 반복적인 고통이 이제 그쳤으면… 간절히 기도드린다. 주님, 도와주세요. 이제 그만 데려가주세요…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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