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이름밖에 모르는 독자님께
오늘도 고통스러움 속에서 눈을 떴어요.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지… 하는 마음과 함께. 버티고 있긴 하지만 고통과 두려움에 휘둘려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순간들…
엄마가 저에게 소포가 와있대요. 오랜만에 받아보는 선물이에요. 그간 갚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늘 사양해왔어요. 왜 그렇게 갚을 수 있는 것만 받으려고 애썼을까요… 이번엔 그냥 받았어요. 사실 받은 사랑이 커서 돌려보낼 힘도 없어요. 그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 전해요.
저 역시 독자님께 크게 위로받았다는 말씀,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편지 속의 반가운 지명들… 어렸을 때 백혈병인 것 같다고 해 메리놀 병원에 오래 입원해있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때 기적을 한번 써먹었네요.) 보수동 관련해선 또래 친구들이랑 책방 골목 국제시장 근처를 오가며 즐거워한 기억이 났어요. 중고책이랑 참고서도 사고얄구진 것들도 사 먹고요. 고통이 뭔지 모르고 해맑기만 했던 날들이었어요. 그러다 다양한 곳에 살아본 특별한 경험에 대한 동질감도 느껴보고. 새로운 세상인 아이를 낳은 대목에서 부러움도 가져봤어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사실 저도 이 아름다운 날씨에, 책방에 들러 독자님께 드릴 좋은 책을 고르고, 예쁜 포장지에 포장해서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속상해요. 그저 누워서 브런치에 생각나는 말 한 줄 쓰고 저장해 두고, 다시 좀 괜찮으면 덧붙이고… 지우고 쓰고… 혹시 발행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말씀하신 ‘죽음은 지척에 있으니 힘껏 사랑하자’에 공감해요. 힘껏 사랑하는 것도 내게 힘이 있어야 가능하니 할 수 있을 때 벅차게 사랑하시길 바라요. 힘이 달리네요… 함께 식사하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만 꾹 꾹 잘 참을게요. 언젠가 만날 날을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2022년 5월 11일
신민경 드림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제목의 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