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 따라간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고, 엄마 덕분에 불광사에서 진여심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리고 해운대 성당에서 라파엘라라는 세례명도 받았다.
이런 내게 종교가 뭐냐고 물으시면 가톨릭이라고 말한다. 말은 가톡릭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들이 외우는 기도문도, 예배의 순서나 절차도 잘 모른다. 그저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가 같다고 생각하는… 너무 부족한 신앙인이다.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된 첫 번째 이유는 이태석 신부님 때문이었다. 만약에 예수님에게 아프리카에 교회, 학교 중에 뭘 먼저 지었을까 물었더라면 학교를 먼저 지었을 것 같다고 답하셨던 분.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삶 속에 헌신하며 살다가신 아름다운 분…
두 번째 이유는 가톨릭 신자들과의 인연 때문이었으리라. 이상하게도 내가 가는 곳마다 꼭 필요한 도움을 건네는 가톨릭 신자들이 많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낯선 곳에 나만 홀로 덩그러니 던져진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한데 태국에 갔을 땐 태국사무소 소장님이, 미얀마에 갔을 땐 미얀마 사무소 부소장님들과 전문가님, 박사님이 천주교 신자였다. 르완다에 있을 때도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아낌없이 도움을 주신 분들 중에 유난히 가톨릭 신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이와 관계없이 너무나 좋은 어른이셨던 분들… 오늘 유난히 그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
결국 내겐 종교가 무엇인지 중요했던게 아니라… 마음에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 진정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들을 본받고 싶었던 것이다. 따듯한 그들 곁에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부디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사시고, 누군가에게 진정 필요로 하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분들이시길… 그 사랑을 받은 이는 언제나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곁에 있길 원하며 그리워할 테니…
그리운 마음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