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자리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간섭? 잔소리?를 하신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에 관해 가능하면 꼭 코멘트를 달려고 하신다. 당연하게도 그게 자연스러운 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 난 별말하지 않는다. 사실 할머니의 사투리를 못 알아들을 때도 있고, 매일 구토로 고생하는 할머니에게 그 정도쯤은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오지랖이라고 생각하기에…
한데 내가 밥을 먹는 것에 관해서 만큼은 말을 안 더했으면 좋겠는데, 꼭 끼니마다 한 번씩 말을 더하신다. 그거 먹어서 어떻게 사냐… 그렇게 안 먹으니 나올 게 없는 게 아니겠냐… 비슷비슷한 말을 여러 가지로 돌려서 말한다. 근데 이건 너무 속상한 말로…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먹으면 구역질과 메스꺼움을 경험 했었고, 그 고통도 만만치 않기에 그런다. 게다가 실제로 삼켜지지 않는 경험, 오랜 기간의 단식으로 소화의 어려움 등으로 못 먹는 거지 안 먹는다고 끼니마다 들을 상황은 아니니까 말이다. (할머니는 토하더라도 먹어야한다는 주의)
며칠 즈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잘 넘기다가 너무 서운하고 속상해서 그만 짜증을 내는 일이 발생했다. ‘할머니, 그만 좀 말씀하세요. 밥 먹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요.’ 오… 노… 안 그랬어야 했는데… 어쩌다 툭 말해버린 거다. 마음이 부채감으로 송구했다. (그럴만했다, 이해한다, 괜찮다… 뭐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돼요~ ㅎㅎ)
밥 먹다 함께 들어간 가스가 나오지 않아 불편한 것처럼 지내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여느 날처럼 얕은 수면, 통증, 약의 로테이션을 거치고 있었다. 좀 전에 휴게실에 가신 할머니가 금방 돌아오셨다. 보호사님 말로는 ‘병실에 나 혼자 놔두면 무서블끼비 자신이 같이 있어줘야 하신다’며 어서 돌아가자셨다고. 문득 울컥하며 세상의 할머니들은 다 비슷비슷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툴툴대던 어제의 나를 잊고, 나 무서울까 봐 걱정하는 할머니… 고마워요… 밤에 잠잘 때도 “쟈 무서블끼비 불 안 꺼도 된다”라고 말하는 할머니… 고마워요… 세상에 넘치는 사랑을 선물하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