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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Jun 19. 2022

호스피스 병동, 일주일

여기 계신  할아버지는 자주 인생이 너무 재미없다고 말씀하셨단다. 원래 일상적인 대화는 잘하셨으나 이제 말도  못하시고, 요즘 들어 복합적으로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지셨다고... 할아버지의 아들은 매주 금요일 PCR 검사를 하고, 토요일에 병원에 들어와서 함께 있다가 일요일에 집에 간단다. 코로나 때문에 엄격한 룰이 많고 한번 들어오면 최소 24시간은 머무르게 되어있다. (면회가  어렵다.)


오늘은 그 아들의 외침과 함께 잠에서 깬 날이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열 번쯤 부르다가 멈추셨다. 그게 눈물 섞인 절규와 당직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이 뛰어가는 걸로 연결될까 문득 조마조마했다. 매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들어도, 순간순간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도, 눈을 뜨면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복지사님께 고통만 남은 내게 왜 이 삶이 지속되는 걸까요? 했더니 그건 나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셨다.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어떤 마음이실까… 나보다 세상을 오래 살았으니 모든 면에서 나보다 더 유연하고 관대하실까? 아니면 나와 같은 마음이실까… 혹 나보다 더 간절하신건 아닐까? 호스피스 병동에 오면 오픈 마인드로 이런 솔직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보다 오래사신 어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호스피스 병동에 있으면 너무 슬프고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없다는 확신 판단 아래… 우울증약 용량만 계속 높이려고 하는건 아닌지… 안타깝다.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일주일. 그 사이 두 분의 할아버지가 소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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