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egarden Jun 28. 2022

장수사진

호스피스 병동 복지사께서 영정사진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라고 하셔서, 엄마가 소위 말하는 영정사진을 근처 사진관에서 찾아보니, 장수사진이라고 하여 10만원에서 45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구입해도 무척 비싸다고 한다.


사실 이전에 내가 그냥 프린트기에 뽑은 만원짜리가 있는데, 엄마는 내가 만들어둔 그 영정사진이 마음에 안든다고 했다. 나도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우리가(아빠 엄마 동생) 다 알아서 할건데 니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쓰냐고 우셨다. 한데 막상 장례식장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현실에서 내가 만든 금액을 비교해보고 놀랐웠던거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엄마 봐봐. 난 그냥 9만원에서 44만원을 이 세상에 밥 못먹어 굶어죽는 애기들한테 주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영정사진은 예쁘고 덜 예쁘고의 문제고, 밥을 못먹어 굶어죽는 아기들은 본질적인, 생존의 문제야… 난 사람들이 본질적인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사랑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그러마…하셨다.


자랑하려고 혹은 칭찬받고 싶어서 쓴 글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자칫 내 손톱밑의 가시 때문에 지나치는 세상의 수많은 고통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저 아름다운 분들과 우리가 나눌 수 있는 큰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주 깜빡 잊곤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작가의 이전글 잘 산다는 건 어떤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