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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Feb 20. 2021

클럽하우스, 일주일

0219

요즘은 예전이었으면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다양한 선택들을 한다.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에 대해서 여러 번 경고하셨었다. 또 재미와 유머를 바탕으로 많이 웃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 누군가 재미있어 보이는 제안을 하면 마음을 열고 시도해 보려고 한다.


클럽하우스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계속 약을 먹고 자다 깨다 자다를 반복해서 우울했던 어느 날, Myanmar에서 좋은 상사였던 부소장님이 추천해주셨다. 첫째 날은 클럽하우스(이하 클하)를 이용하는 지인들과 방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겨보았다. 카카오 단체 보이스톡을 하는 기분과 유사했지만, 발언을 하면 자신을 나타내는 아이콘 주위의 회색이 깜빡여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둘째 날부터 진정한 탐색을 시작했다. 먼저 들어가고 싶은 방 리스트를 본다. 평소 관심 있던 셀럽들의 이름이 보이고 그중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은 방을 클릭한다. 그저 셀럽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할 수도 있고, 궁금한 게 있다면 손들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손을 들면 모두가 발언권을 얻는 것은 아니었고, 그 방의 Moderator가 발언권을 줘야 내 목소리를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용히 나가기를 클릭하면 된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방에 적응한 나는, 이제 소규모 모임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마음을 내어놓는 솔직한 대화는 소규모 모임에서 가능할 것 같기에. 나는 손미나 작가가 있는 방에 끌렸다. 평소 그녀의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80여 명이 있는 방에 들어가 라디오를 듣듯이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면 내 볼일을 본다.  



여기까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하의 장점을 살펴보면,

1.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것.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대화중에 나도 모르게 나온 그 눈물의 순간, 지우고 싶은 순간이 기록에 남는다면, 나는 이 앱을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그날 새벽 나의 울컥은 다른 이들의 마음에 가 닿았지만, 기록에 남지 않았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그 순간 그곳에 함께 있었던 우리만 공유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었다.


2. 하룻밤에 다양한 셀럽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홍정욱 작가, 손미나 작가, 이기주 작가, 아이유, 제이쓴 등등. 꼼꼼히 살펴보면 더 많은 셀럽들을 발견할 수 있었겠지만, 대충 기억에 남는 이름들이다. 이방저방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신났다.


3. 셀럽의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음질도 좋고 명확하게 들리니 먼 거리에서 듣는 강연보다 귀에 쏙쏙 들어와 좋았다. 그리고 사진만 보이고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질문할 수 있었다. 특히 손미나 작가의 경우는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다 반말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기에 더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4. 팔로우하는 사람이 어떤 방을 개설하면 그 방에 대한 추천 알림이 와서 좋았다. 원래 안승준이라는 분을 몰랐는데, 손미나 작가와 함께 방에서 모더레이터 역할을 해서 관심이 생겼고,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생각에 몇 번 그를 따라 다른 방에 가본 적이 있다.


5. 다양한 유용한 비즈니스 영어 표현을 배우는 방도 나에겐 유익했다. 비정상회담에서 보던 마크가 유용한 표현을 설명해 준다. 나의 경우는 미국식 영어가 익숙하지만, 영국에 있을 때 영국식 영어의 멋짐을 경험해본 바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셀럽을 팔로우해두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같은 주제로 모인 다양한 외국인들의 목소리로 세계 방방곡곡 여기저기의 소식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여기는 굿모닝, 저기는 굿나잍. 새벽에 잠에서 깬 내가 방황하지 않게 늘 여러 종류의 방이 존재했다.


단점은 아직 아이폰 유저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초대받은 한 명이 두 명에게 추천장을 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폐쇄성이 있다. 나가고 난 뒤의 방의 대화가 궁금해서 나가기를 못 누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고, 실제로 클하를 시작하고 평균 수면 시간이 줄었다는 셀럽들도 여럿 있었다. 글을 써서 소통하는 게 습관인 나는 스피커나 모더레이터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어 지면, 마이크를 켤 수 있는 손들기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자판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00만 정도가 가입했다고 한다. (내가 가입했을 때 기준이니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겠지?!) 그리고 설날에는 100만명이 몰려서 서버에 문제가 살짝 있었다고 한다. 금요일 밤에도 접속이 좋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손을 들 수 있고, 그 질문에 대해서 답을 바로 들을 수 있고, 셀럽들과 평등하게 대화 나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제 다른 소통의 경로보다 더 진솔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고 느꼈다. 지금은 초기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오픈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어차피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고 향후 추천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Brand new, 새로운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우리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평등의 구조를 지키며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속해나간다면 우려하던 귀족들의 파티, 인싸, 핵인싸, 계층 등의 표현으로 주목받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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