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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Haru Aug 26. 2021

성격차이

어쩌면 이기적이고 애매한 이혼 사유

성격차이.

증명하긴 애매하고, 정작 당사자는 아주 곤란한 이혼 사유다.

외도, 폭력 같이 책임소재가 분명할 경우에는 이혼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 부과하기도 쉽고,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을 살 수 있으니 좀 더 쉽지 않을까.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 적도 있다. 왠지 심플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저 모양 좋게,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 만나서 잘 조율하지 못한 일이 되기는 싫었다. 나는 그 조율을 위해 내 인생 중에 20년을 사용했는데, 너무 가벼운 정리는 내 인생에게 미안하잖아. 어찌 보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나 싶어 나 역시 어려웠다. 상대를 탓하기도, 그렇다고 전적으로 내 탓을 하기에도 억울하다. 

책임 소재, 억울함 등을 해결하느라 요즘 내 머리와 마음은 열일 중이다. 밝혀서 뭘 어쩔 것도 아니고, 바뀌는 일 하나 없는데도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나는 그 원인과 책임이 너에게 있다고 우기는 싶은 거다.

상대의 태도만 보자면 본인은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은 피해자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최근 몇 달의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남편에게 화풀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유 백 가지쯤은 적어서 제출할 수 있는데, 나는 말솜씨가 부족하다. 눈치 없이 흐르는 눈물이 말문을 막아버린다. 나는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한 일이 아니다.  원망하고 자책하고 혼자 울면서 보낸 시간들이 고작 “충동적인 결정”이 되었을 때 정말 억울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20년을 살고도 ‘참을성이 없어서’로 귀결되려는 자책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 정도는 힘들고 참고 산다는 아빠의 말처럼 나도 참고 살아야 했나. 나의 죽을 만큼 힘듬은 이해받지 못한 완전기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핑계가 되고 있다. 




나머지 짐을 챙기려고 집에 잠시 들렀다. 내가 자리를 비운지는 3일인데, 이미 말끔하게 정리된 내 흔적에 당황스러웠다. 그런 사람인 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나는 뭘 바란 걸까. 혹시나 있을 미련 한 조각을 기대하고 있었나. 본인의 사용에 맞게 새로 세팅된 거실과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베란다를 보면서 ‘너도 바라고 있었구나’ 하는 옹졸함이 올라왔다. 딱 3일 만에 내가 머물던 흔적은 사라졌고, 홀가분함과 산뜻함으로 이미 그 자리는 채워져 있었다. 자책하지 말자. 혼자 느끼는 혼란스러움이다. 나도 그도 언젠가는 이렇게 끝날 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폭탄 돌리기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중압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자폭하게 될 게임이었다. 상대는 한 스푼의 호의와 자비도 베풀지 않은데, 원하지 않는 걱정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순도 100%의 오지랖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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