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능력치가 +1 되었습니다
물류창고 알바 편
당장 돈 한 푼이 아쉬우니,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골랐다.
하루만 해도 된다니, 급한 대로 딱이다. 면접도 없다.
“내일 바로 출근할 수 있으세요?” 내가 아직은 쓸모 있는 존재라는 말로 들렸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인터넷에 떠도는 만류의 글이 많았지만, 나는 물류창고의 알바를 하러 간다.
늦지 않게 일부러 일찍 나섰다. 오랜만에 하는 돈벌이에 의욕이 솟았다.
입구부터 걸어갈 길이 막막했다. 물류창고의 규모에 압도되었다,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줄지 않는 시공간에서 난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짧은 다리로 그렇게 열심히 걸었건만, 길을 잃었다. 늦게 일에 합류했다. 내가 생각한 프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만회할 시간이 있으니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만큼, 그 이상으로 일을 잘할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종이 박스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상자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 틈에 낀 나이 든 아줌마가 노련하게 쫙쫙, 멋지게 하고 싶은 마음을 손이 따라가질 않았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얼마나 잘 아는지 두 짝이 합을 맞추길 거부했다. 장감까지 벗어던지며 속도를 맞췄다. 덥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여기저기 투입되어 시간을 채웠고, 다행히 적절하게 배정된 휴게시간 덕분에 할 만하다 여겼다. 몸의 삐걱거림이 걱정스러웠지만, 오랜만에 일을 해서 그런 거라 위로했다.
“내일도 오실 거죠?”
내가 아직은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사람이었나 보다. 이것도 인정이라고 기분이 좋았다. 나의 시원치 않은 무릎이 걱정이긴 했지만, 통장에 들어올 돈의 달콤함에 2일 차를 시작했다. 늦지 않게 창고에 들어서는 걸음도 왠지 당당해졌다. 금방 사라질 기분이었다. 한두 시간의 작업이 시작되고, 후회의 연속이었다. 하루치의 능숙함보다는 고단함이 더 컸다.
1일 차 신입 딱지를 떼고 담당한, 아주 중요한(그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 정작 내 실수를 아는 사람은 주위의 주위 사람일 뿐인데, 창고 안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주눅이 들었고. 당연히 파트도 옮겨졌다. 왜 시급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끝날 깨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여기도 적용된다. 시계가 분단위까지 맞춰야 끝이 난다. 내 얼굴이 이렇게 땀에 젖은 적이 있었을까. 힘들고 지친, 늙고 초라한 얼굴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무릎이 아파서, 실수에 마음에 상해서, 지금의 이런 상황이 억울해서 밤길을 걸어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휴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세상 살기가 만만치가 않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