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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Haru Aug 20. 2021

착각에서 깨어나소서

측은지심(惻隱之心) 제대로 알기

06:40

눈을 뜨기도 전에 불안함이 먼저 의식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또 생각한다. 

“내가 한 결정이 잘한 일인가. 

 감정에 치우쳐 충동적으로 뱉어낸 말이 아닐까.”     


오랜 시간을 애초의 내 결정이 틀렸고, 순간마다 자신이 없고 모든 일을 남편의 기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살았다. 나 혼자서 하는 결정은 불안하고 허점이 많아 보였고 결국은 낭패를 보게 될 것 같아 불안했다. 혼자 실패를 감수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부족인지, 그 후에 따라오게 될 비난 섞인 말이 두려웠다. 그런 말 좀 들으면 어떠냐고 담담하게 각오를 다져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혼을 결정하고, 나의 심리적인 불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것이 통장의 잔고다. 

풍족한 돈을 써 본 적은 없었지만 친정엄마가 남겨준 얼마의 현금으로 보충해가며 편하게 몇 년을 살았다. 나는 돈을 포기하고 그 집을 나왔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허세를 부렸을까 싶지만, 아마 그 돈에 미련이 남았다며 이혼을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상대보다 나은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힘의 균형을 포기해 버린다. 어설픈 ‘측은지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면이 독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 그저 좋은 것인 줄 알았다.      

20년을 그렇게 살았다. 매 순간을 그런 마음으로 산 건 아니다. 너무 힘들고 고비를 넘어야 하는 순간에, 나의 명분이었다. 나까지 이 사람에게 고난을 보태서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컵의 물은 이미 가득 차 출렁이고 있는데, 내가 한 방울 더 보태어 흘러넘치게 할 수는 없었다. 싫었다.     




이 문장(마음)에 많은 오류가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해석의 방법이다. ‘측은지심’ 나는 사람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라 생각했다.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되어 있다. ‘가엾이 여기는’과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는 어감을 차이가 느껴진다. 나는 ‘가엾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 애정과 호의를 베푼다 생각했지만, 무의식은 ‘불쌍히 여기는’을 기반으로 나를 더 우위에 둔 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공식을 가지고 계속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대상의 존재를 기만한 일방적인 마음이다. 상대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길’ 전혀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불쌍하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존심 강한 그가 가시를 세워 본인의 결핍을 보호하고 무장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그마저 눈감아 주고 이해해 주는 역할로 착각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의 상황=불행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 탓이다. 나의 ‘측은지심’은 상대가 전혀 바라지 않는 일방적인 마음이었다. 그는 물 몇 방울을 더 받는다고 해서 넘치는 컵이 아니었다. 

가장 큰 오류는, 나의 한계점을 간과한 것이다. 내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야 할 것 같은’으로 살았다. 나를 그런 사람(측은지심이 갖쳐진)이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이 조금이라도 바르지 않다 생각되면 그 생각을 한 나를 반성하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재고해 보지도 않고 의심하는 나에게 실망했다. 나에 대해 너무 몰랐고, 관심이 없었다. 내 마음이 태평양 같이 넓은 줄 알았고 다 잘해 낼 것이라 자신했다. 순간의 힘듦을 참는 것은 모든 이를 위한 거룩한 희생이라고 여겼다. 내 심신의 능력은 한계치가 없다고 자만하며 살았음을 깨달았다.           


누가 누구를 불쌍히 여길 수 있을까. 

무슨 자격으로 함부로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각자 본인이 정한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내 마음대로, 심지어 원치 않은 대상에게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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