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학생A Mar 14. 2024

어쩌다 보니 영국 유학생

#1 유학생들의 Off The Record

제목 그대로다,

어쩌다 보니 나는 영국 4년 차 유학생이 되어있었다.


나에게는 거창한 비전, 야망, 절박함, 새로운 기회...

그 어떤 것도 해당된다고 말하기 정말 어렵다.


정신 차려보니 벌써 영국에서 4년간 살아가고 있으니,

여기까지만 읽으면 저자가 당최 뭐 하는 사람인가 싶을 거 같다.



Q: 아무튼 그런 사람이 왜 이런 글을 쓰시는 거죠?



주변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나름 상담도 하고, 컨설턴트 일을 간간히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 유학생 리뷰를 찾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유학생들이야 이미 로망이나 환상이 박살 난 지 오래다 보니,

굳이 팩트(fact)로 타인의 꿈을 자처해서 부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석사를 준비하면서 캠퍼스 리뷰나 영국 지역별 후기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직접 느끼고 나니

필터 뺀 유학생활에 대한 팩트 폭격기가 필요하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학생들의 Off The Record'를 써야겠다는 약간의 사명감 + 추억팔이를 하게 되었다.




앞의 내용의 '그래서 어쩌다 유학생인 건데?'라는 답변을 이어가자면,

나는 일반 교육과정과 달리 AP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고등학교를 재학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은 진즉에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사실 대학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현실감각각이 좀 떨어지는 고딩A 정도였을 거다.


2학년이 되어서 다들 진학 국가를 정하고 필요한 내신관리, 공인점수, 생기부 작성을 하고 있으니

나도 대학을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자츰 들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상위권인 나의 소중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내신관리를 늦게나마 할 수 있었고

한국으로 치면 내신 2-3등급 수준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GPA 4.0 기준 3.8로 마무리했다)


그 이후에는 이제 국가를 정해야 했는데 사실 나에게 이 기준은 오롯이 단 한 가지였다


바로 '돈'.


결국에 미성년자의 신분으로서는 절대 충당할 수 없는 학비, 생활비, 항공료, 그리고 대학교 지원서류비까지

가장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곳을 찾아야 했다.


물론, 저 기준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면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일찍이 독일어를 배워서 독일 유학을 가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기준이 분명하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국가가 많지 않았다.

일본, 독일, 그리고 그나마 미국과 홍콩보다 저렴한 '영국'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를 이 악물고 수강하지 않을 만큼 언어와 사이가 나빠서

앞의 후보 두 개는 어림도 없는 선택지였다.




편견(Stereotype) 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영국에서 유학했다고 소개는 해도 셜록 홈스, 해리포터, 축구 다 관심 없어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살면서 영국을 가본 적도 한 번도 없고 그렇다고 친구들 중에 영국에 대학을 지원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말 순전히, 합리적인 판단에서 영국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모든 해외 유학 기준에서 가장 합리적인 국가라는 주장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유를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내가 지원하던 당시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 (Brexit)가 전개되는 중이었다

 -> 파운드 환율이 무려 1,300-1,400원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달러가 더 높았음)


2. 미국의 소도시를 지원하고 싶었으나 그 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 정통 미국인 빼고 다 죽일 것 같았음


3. 홍콩, 네덜란드처럼 요구하는 공인 점수, SAT, ACT, 이런 걸 준비할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음

 -> 동창 중에서도 공부 어지간히 하는 사람 아니면 간 사람 없음


4. 그냥 다른 언어 섞이는 것보다는 영어 쓰는 나라에 가고 싶었음

 -> 영국 악센트가 어려워봐야 얼마나 어렵겠냐고 착각했음


5. 런던을 제외하면 학비의 수준이 정말 반값 그 이하로 내려가는 대학이 많았다.

  -> 심지어 지역에 따라서 생활비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했다.



지금 봐도 정말 어이없는 이유들이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정말 최선의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걸친 꽤나 근거 있는 결정 요소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기소개서 (Personal Statement), 생기부, 성적증명서, 고등학교 졸업장, 추천서, 공인점수 (UKVI IELTS)를 2년간 준비했고,


어쩌다 보니 영국 유학생이 되어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