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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Jung Aug 11. 2024

첫 번째 실습학교

설렘과 긴장 - 학교 현장에서 배우다


첫 실습 시작 


2022년 9월, Carshalton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첫 실습을 시작했다. 4학년 학급에 배정되었고, 그 반의 담임 선생님이 내 멘토가 되어 한 학기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에이미라는 멘토 선생님에게 수업 계획, 평가, 피드백 등 전반적인 지원을 받았다. 에이미는 젊고 열정적이며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훌륭한 교사였다. 일반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지만, 에이미는 앞이나 뒤를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으며, 때로는 욕설도 사용하는 편이었다. 나는 에이미의 당당한 모습에서 큰 자극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교사상이 나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멘토와의 상호작용


다행히 에이미는 내 강점은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솔직하게 지적해 줬다. 매주 수업 후 한 시간 정도 진행된 멘토 미팅은 큰 도움이 되었고, 다른 친구들의 경험담을 통해 멘토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 일부 친구들은 멘토의 부재나 부적절한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SCITT 과정에서 실습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어떤 멘토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멘토는 복불복


4학년 아이들은 예상보다 말이 많았고, 리셉션 아이들만 가르쳐왔던 내게 4학년 아이들은 성숙해 보였다. 하지만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나이와 성숙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며 점점 수업 시간을 늘려갔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잘못된 영어를 가르칠까 봐 항상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내 수업에 잘 적응해 주었고 나 역시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의 경험을 들으며 내가 더 운이 좋았다는 것을 느꼈는데, 그 친구는 멘토에게 영어 발음에 대해 지적을 받고 무척 힘들어했다. 어려서 남미에서 이민 온 1.5세대 친구라 나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발음을 가졌는데 매번 지적을 받아 울기도 해서 내 멘토인 에이미의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교사들의 바쁜 시즌


11월이 되면서 학부모 상담, 크리스마스 콘서트 준비 등으로 교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에이미가 4학년 교사회의에서 본인이 얼마나 일이 많은지 호소하며, 특히 자기는 멘토링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며 매주 하는데 돈도 못 받고 한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나는 학비를 내고 실습을 하는 입장이라 마치 자기 혼자 희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섭섭하기도 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일이 많다고 서로 불만을 토로하며 욕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라는 게 이런 건가 싶어 씁쓸해졌다. 서로 자기가 일이 많아서 크리스마스 준비를 맡을 수 없다고 싸웠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맡아서 해야 했는데, 결국 그날 회의는 싸우다 별 소득 없이 끝이 났다.


멘토와의 갈등


나중에 에이미랑 따로 이야기해 보니, 실습생을 받는 학교는 돈을 받지만 멘토는 경제적 보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 잘못은 아닌데... 그런데도 사람들 있는데서 나한테 시간 너무 쏟아야 해서 힘들다는 말을 듣고 무척 상처받고 속상했다. 두어 주 참다가 어쩔 수 없이 SCITT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담당자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하며 학교에 항의했다. 이 일 후로 에이미와 다른 선생님들도 눈에 띄게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컴플레인을 원했던 게 아니라 단지 조언을 구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학교에 분란을 일으킨 게 되어 죄책감에 시달리고 외로웠다. 결국 죄지은 사람처럼 조용히 지내며 실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에이미는 멘토링을 거의 하지 않고 마지막 3, 4주는 수업을 나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 원래 교사가 교실에 있으면서 실습생의 수업을 평가하고 멘토링해야 하는데 교실에 없어서 혼자 헤매는 기분이었다. 물론 덕분에 수업과 학급 운영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멘토의 부재로 인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다. SCITT에서도 자신들 때문에 내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걸 알고 미안해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그쪽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실습 무사히 끝났고, 마지막 날 에이미에게 고맙다고 하고 인사하고 마무리했다. 멘토 평가에서 다행히 pass mark를 받았지만 마지막 한 달 정도 내가 받은 스트레스와 멘토링 부족은 여전히 아쉽다.


마지막 주에는 아이들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있어서 공연장에 데리고 가주고 데리고 오고 했는데 사람이 없다고 해서 다른 학년 아이들도 데리고 가주는 일을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내가 가르쳤던 반 아이들과 제대로 인사할 시간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공연 끝나고 돌아오니 아이들 다 집에 갔다) 아이들이 내게 선물들 많이 주고 가서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첫 실습이 끝나고


첫 실습이 끝나고 SCITT 친구들과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내 경우는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어떤 친구는 멘토가 불러 놓고 넌 못 가르친다며 원래 12월에는 수업 40% 해야 하는데 10%도 안 줘서 하루에 10분, 15분짜리 책 읽어주는 것만 했다는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멘토가 대 놓고 널 멘토링할 시간이 없다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정말 제대로 멘토링을 받은 친구는 3, 4명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아서 나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구나 싶어 위로를 받았다. 에이미가 너무 바빠서 내가 거의 100% 수업을 했는데, 수업할 시간을 못 받은 친구들보다는 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던 남미에서 어릴 때 이민 온 친구는 발음 안 좋다고 fail 됐다고 해서 모두의 공분을 샀다.


이제 내가 교사가 되어 보니 교사의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 여기에 멘토링까지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다. 실습생 입장에서는 교사의 업무 강도를 모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혹시라도 멘토가 된다면 나는 과연 성심껏 멘토링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면이다. 또한, 멘토 문제로 SCITT에 말하는 것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언을 구한다고 연락했는데, 나와 상의 없이 바로 학교에 컴플레인을 해버린 대응 방식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내가 속했던 Sutton SCITT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런 행정적인 실수와 잘못이 많아져서 다들 불만이 쌓이게 되었다. 결국, 교사 과정이 끝났을 때 수료식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이 1/3이나 되었다.


첫 번째 실습 학교에서 홀을 열어서 크리스마스 페어를 했다. 학교에 남아서 도와줬는데 부모님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아이들 - 가정 폭력과 학교


내 첫 실습 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제임스(가명)라는 아이였다. 제임스는 키도 크고 준수하게 생긴 멋진 아이였다. 하지만 분노 장애가 있어서 수업 중에 갑자기 일어나 다른 친구에게 주먹을 날리고 다시 자기 자리로 와서 앉는 등 놀라운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이였다. 나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나중에 들어 보니 제임스의 부모님은 이혼했고, 현재 함께 사는 계부가 폭력적이라 아이를 자주 때린다고 했다.


학교에서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바로 보호 조치(safeguarding issue)가 되기 때문에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제임스의 엄마가 계부와의 사이에 자녀가 있어 이혼할 생각이 없어 문제가 복잡해졌다. 만약 부모가 폭력 때문에 이혼을 한다면, 아이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부모와 살 수 있다. 그러나 부부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아이가 엄청난 위협에 처한 상황이 아니라면 부모로부터 분리하기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아이가 맞았다는 얘기만 들어도 바로 Social service에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제임스 한 명뿐이 아니라는 사실은 마음 아픈 현실이다. 담임인 에이미, 학급 보조 교사였던 린지 그리고 나는 제임스를 위해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학교가 제임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다행히 제임스는 축구와 테니스 같은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기 때문에 체육 시간에 늘 제임스에게 앞에 나와 시범을 보이게 했다. 이런 시간들은 제임스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들이었다. 제임스도 우리가 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아서 고마워했지만, 내가 있던 한 학기 동안 그의 분노 조절 문제는 계속되었다.


제임스와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와 사회가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제임스가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했다. 제임스 같은 아이들이 초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면 성장하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와 교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결자는 아니지만, 교사로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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