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Spring 2 Week 5
이번 주는 일요일이 Mother's Day라 엄마에게 카드 만드는 시간을 갖기 위해 수업을 좀 몰아서 했다. 덕분에 수요일에 시간이 비어서 수요일에 카드 만들고 금요일 오후에 집에 가기 전에 나눠줬는데 카드 받으면 바로 책가방에 넣으라고 했지만 늘 말 안 듣는 아이들이 있고 자기 카드 없어졌다고 나한테 없어졌다고 울고 불고 해서 여간 당황했다. 아이들한테 혹시 이 아이 카드 너한테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지만 6, 7살 아이들이 찾는 시늉만 하지 찾는 건 아니라 결국 못 찾고 집에 갔다. 여전히 마음이 쓰인다. 다음에는 받자마자 가방에 하나씩 넣는 걸 확인해 봐야겠다. 이렇게 아이들이 울면 진짜 속상하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내가 줬잖아 하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괜히 덩달아 내가 뭘 잘못한 것 같다. 에효...
수요일은 오후에 학교 끝나고 ECT 트레이닝이 있어서 수업 있는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 나랑 전에 스킷에서 공부했던 친구들 네 명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인사하고 안부도 묻고 했는데 이제 다들 교사 티가 난다. 그중 하나는 남자친구 있었는데 프러포즈받았다고 약혼반지 끼고 있어서 축하해 줬다. 결혼은 2년 후에 하려고 생각 중이란다. 우리나라는 보통 결혼 전에 프러포즈받는데 여기는 프러포즈받고 1, 2년은 더 결혼 준비하고 하는 것 같아 참 신기하다. 물론 이런 결혼식 없이 이성 친구가 생기면 동거하는 것도 너무 흔해서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또 2학년 아이들 여름에 졸업하고 주니어 학교로 넘어가는데 졸업 기념으로 선물을 여러 가지 하는데 (선물이라기보다는 기념품이라 학부모회에서 이것, 저것 준비하고 만들고 부모님들이 사는 거다. 이렇게 판매하고 난 수익금을 학교에 기부하는 식이다) 그중 하나로 아이들이 자기 초상화 그려서 티타월에 다 새겨주는 건데 이것도 이번 주에 해야 해서 아이들 중간중간 불러 자기 얼굴 그리게 했다. 작년에 처음 해봤는데 그때는 잘 몰라서 잘못 그린 아이들이 있어서 다시 그리게 했는데 올해는 작년에 해봤다고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해서 잘못 그린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내 얼굴이랑 우리 반 보조교사인 사미나 얼굴도 아이들 두 명 골라서 그려달라고 했는데 내 얼굴 그린 아이가 머리에 리본 두 개를 그려놨다. 평생 리본핀도 안 꽂아봤는데 덕분에 아주 젊은 언니가 됐다.
다음 주가 마지막이고 2주간 이스터 방학이다. 방학하자마자 일주일 튀니지 여행 가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하지만 그전에 아이들 시험본 것들과 평소 공부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progress meeting을 하는데 아이들이 1학년 마지막, 2학년 초, 지금 이런 식으로 각각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월요일에 할 거라 주말 내내 아이들 관련해서 자료들 다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도 방학이 있어, 뭔가 기대할 게 있어서 참고 또 하게 된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 수업 중에 사진을 엄청 많이 찍는데 그걸 매일 Seesaw에 올려서 부모님들이 집에서도 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주에 아이들 poem of the week이라고 시 한편씩 배우고 시에 맞춰 액션을 만들고 연습한 후 비디오 찍어서 씨소에 올리려고 했는데 아이들 두 명이 비디오 찍는데 딴짓을 해서 뚜껑이 확 열려서 이제부터는 씨소에 사진이랑 비디오 안 올리겠다고 했다. 우리 학년 중에 나만 이렇게 사진들 올렸는데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 사진에 집착하는 걸 수도 있다) 이것도 별건 아니지만 내 시간을 써야 하는 거고 뭘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간단히 말도 써야 하는 거라 저녁에 집에 와서 올리곤 했는데 아이들이 제대로 안 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 매일 뭘 배우는지 보면 부모님들한테도 좋고 아이들도 자기가 뭘 배웠는지 집에서 얘기할 거리도 있을 것 같아 했던 건데 내 노력이나 마음을 보지 않고 너무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있어 중단했다. 아마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매일 올라오던 게 안 올라와서 궁금하긴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수업 중에 제대로 참여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한 건데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건 참 어렵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내가 아이들에게 이런 행동은 잘못한 거라고 하면 또 알아듣고 내가 있을 때는 잘하려고 노력한다. 기특하고 예쁘다.
참, 주중에 우리 반 엄마 하나가 우리 반에서 목소리 크고 말을 좀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는 아이에 대해 불만을 얘기했다. 이 아이 때문에 자기 딸이 너무 속상해한다고 뭐 어떻게 안 하냐고 했다. 이 아이에 대해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부모님들이 불만을 얘기하는데 나도 이 말 많고 시끄러운 아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께 나도 힘들다고 할 수는 없으니 아이에게 좀 더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보통은 이렇게 얘기하면 부모님들이 신경 써달라고 하고 그만두는데 이 엄마는 언제 걔 부모 학교에 와서 교장이랑 얘기하게 할 거냐고 너무 당황했다. 이렇게 escalate 하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어야 하는데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크고 말을 함부로 하는 성향을 가지고 부모님을 학교에 오게 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2학년 부장인 리지와 교장인 쌤에게 얘기했는데 다들 산전수전 다 겪어서인지 escalate 하려면 해라는 식으로 말했다. 어차피 근거가 없어 안된다고 말하는데 중간에서 나 혼자 등 터진다. 그나마 리지는 자기가 그 엄마랑 만나서 얘기해 보겠다고 했는데 엄마를 계속 보지 못해 이번 주에는 미팅을 잡자는 말을 못 했다. 다음 주에 보면 말해봐야지 싶다.
말 함부로 하는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아이는 학교 올 때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자기 엄마한테도 소리를 버럭 지르는 아이라 집에서 양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감이 잡히기는 하지만 학교에 있으면 집에서처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행동 통제가 어렵다. 몇 주전에 이 아이가 학교 앞에서 소리를 질러서 교감인 톰이 아이를 불러 한마디 하고 엄마에게 괜찮냐고 했는데 엄마가 왜 자기 애한테 뭐라고 하냐고 했다고 해서 우리들 다 와! 대단하다 했던 적이 있다. 그나마 우리 반 자폐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이해를 많이 해줘서 이 아이들에 대한 불평은 없으니 그걸로 감사하다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반은 부모님들이 그 반 자폐 아이 때문에 못 살겠다고 불평, 불만을 매일 한다고 하니 말이다.
보통 4월에 아이들 평가가 많이 이뤄지는데 우리 반 자폐 아이들도 기관에서 평가하라는 평가지를 보낸다. EHCP 있는 아이들은 평가지도 엄청 길어서 그거 하려면 1, 2주 잡고 조금씩 채워 나가야 한다. 나도 다음 주까지 해야 하는 평가서가 있어서 이것도 끝내야 한다. 학교 끝나고 집에 바로 가고 일 안 하는 교사들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늘 일에 매여있는 것 같아 좀 우울하다. 그래도 방학이 자주 있어 그나마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방학까지 한주 남았으니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