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ECT +2] Spring 2 Week 4

by Ms Jung

시간이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뭘 했는지 모르게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이번 주는 화요일, 수요일 오후에 수업 끝나고 부모님들 와서 같이 아이들의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보통 아이들은 10분을 주고 SEND 아이들의 경우는 20분 예약을 하게 해서 이것, 저것 이야기하는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려운 것들은 뭔지 궁금한 것들 많이 있기 때문에 10분으로도 부족하고 20분도 부족하다. 작년 학부모 상담 때, 부모님들 중 한 분은 10분 정도 지연됐을 때 교실문 열고 들어와서 늦었다고 자기 그냥 집에 간다고 다음에 따로 예약 잡아달라고 하고 나가서 벙쩠던 기억이 있어 올해는 가능하면 제시간에 끝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작년 로라가 2학년 부장이었을 때는 우리가 시험 봤던 SATs 시험 성적 부모님들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올해 부장인 리지는 시험 봤는데 왜 안 가르쳐주냐고 가르쳐주라고 해서 부모님 만났을 때, 전반적인 교우 관계, 학습 태도뿐 아니라 시험 성적도 알려줘야 해서 시간 안에 다 얘기해야 해서 좀 벅차긴 했다. 학교기 때문에 아이들의 전반적인 발달뿐 아니라 학습적인 부분도 알려주고 집에서 이런 것들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반 SEND 아이들 중 하나는 자폐가 있는데 부모님이 이 아이의 상태를 아이와 얘기해 주고 있지 않아서 아이는 자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왜 남들과 다른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부모님이 결정하는 부분이라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우리 트러스트 안에 있는 OT (occupational therapist)인 헤더가 와서 어쎄스 했는데 자폐뿐 아니라 ADHD도 있고 난독증도 있는 것 같다고 아마 공부하고 집중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영국 안에 이렇게 SEND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정부에서 어지간해서는 재정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EHCP를 주지 않고 있어서 이 아이는 아마도 부모님들이 원하는 만큼의 서포트를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1:1이 붙든 지 파트타임으로라도 누군가를 붙여 줬는데 참 아쉽다. 우리 반 SEND 아이 중 자해하는 아이는 EHCP를 받았지만 재정 지원은 없는 플랜이라 서류만 있을 뿐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들은 여전히 EHCP를 받으면 자기 아이가 큰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나 직원들은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뛰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EHCP에 이 아이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라고 계획을 짜서 주는데 1:1로 도와줄 사람을 구할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걸 할 사람은 교사나 보조교사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반에 이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지면 결국은 못한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게 돼서 아이들은 거의 방치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가끔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십 년, 이십 년 버티면서 교사로 일할 수 있을까 싶어 앞이 깜깜하다.



옆반 student teacher인 시텔이 우리 트러스트에서 면접을 봤는데 안 됐다고 한다. 본인은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돼서 충격이 좀 심했던 것 같다. 면접은 한 번에 바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몇 번 미끄러지고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이곳에 더 있고 싶지 않기도 한 듯하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요즘 아파서 빠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텔이 수업하는 동안에 그 반 담임인 피비가 같이 있으며 레슨 참관하지 않고 교사 없는 반에 가서 땜빵하고 있다. 결국 혼자 하루 종일 수업을 해야 하는데 교사도 아닌데 하루 종일 한 반을 책임져야 하는 건 심정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코스를 다 끝내야 교사 자격증이 나오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일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주는 열받는 일이 있었는데 2학년 수업으로 시간을 배우는데 한 반에 30개씩 시계가 필요하다. 나는 당연히 수학 교구들이 있는 곳에 있을 줄 알고 갔더니 없어서 보니 피비가 나만 빼놓고 소피랑 리지 시계들 챙겨준 거다. 원래 2학년 네 반 같이 쓸 수 있는 시계가 있는데 네 반 같이 쓸게 없으니 세 반이 쓸 것만 나누고 우리 반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피비가 수학 리드라 시계를 못 찾았으면 학교 전체에 메시지 보내서 있는지 물어야 하는데 내가 찾다 못 찾아 전체 문자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말 보이게 차별하는 걸 보면서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이렇게 보이는 차별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왕따 시키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매일 도 닦는 기분으로 학교를 다닌다. 그리고 겉으로는 서로 위하는 척하면서 웃고 지낸다. 그래도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정말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심정으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게 꼭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당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 성향의 차이 같다. 우리 학교 직원들은 겉으로는 우리 학교 정말 끈끈해, 서로 잘 위해줘서 너무 좋아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른 학교로 떠날 때 하는 말을 들으면 표면적인 이유는 이사를 가서, 교통편이 힘들어서 등의 이유를 대지만 일대일로 얘기하면 항상 여기 교사들끼리 서로 편먹는 거 너무 힘들다, 뒤에서 뒷담 화하는 거 너무 싫다 등의 이유를 댄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서로 편먹고 편가르고 해야 하는데 이 나이를 먹고 그렇게 하기는 힘들기도 하고 싫기도 해서 그냥 혼자 외로운 섬처럼 살고 있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또 이런 상황에 감정적으로 너무 휘둘리지 않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힘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 자폐로 진단받은 아이가 최소 4명이다. 자폐인 아이들은 생각이 나와 달라서 한 생각에 꽂히면 거기서 넘어가기 너무 어렵다. 그중 한 명은 자꾸 다른 아이가 자기를 놀린다고 막 소리를 지르는데 서로 쟤가 먼저 그랬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둘 다 불러서 플레이타임 때 옆에 가까이 가지 마라, 반응하지 말아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먹히지를 않았다. 자폐의 경우 한 상황에 대해 계속 계속 얘기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아이가 자꾸 할 말 있다고 하면서 계속 다른 아이와 있었던 일에 대해 자꾸 얘기해서 이제 그만하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안 돼서 결국에는 stop talking about him!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아이가 dysregulated 되면 보통 보조 교사에게 데리고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하는데 오후에는 나 혼자라 수업을 하면서 이 아이를 달랠 수가 없어서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속이 상하는데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게 더 답답하다. 우리 학교가 직원을 더 뽑을 일도 없으니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생길 텐데 이 때도 그냥 소리 지르면서 조용히 해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무능한 교사라는 생각이 든다. 교장이랑 SENCo에게도 얘기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냥 그 애 사립으로 가라고 해라는 식의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말을 들으면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SEND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이 올라올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부터 막막하다.


애증의 시계… 결국 1학년 한 반이 가지고 있다고 박스 가지고 올라와줘서 수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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