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Spring 2 Week 3
이번 주는 너무 피곤했다. 개학한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세 달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주에 과거 SATs 문제지로 시험 본 것들 채점하고 점수 매기고 시스템에 넣고 또 이 성적들을 다시 아이들이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는지 나눠서 Beginning, Working towards, Expected, Greater depth 등으로 나눠 또 성적 기입하고 하면서 저녁마다 매달려서 겨우 끝냈다. 시험은 리딩 2개, 수학 2개, 문법, 스펠링 다 봤고 그 외에 2학년들이 알아야 하는 common exception words들 읽는 것과 스펠링 하는 것들 다 체크해서 아이들 성적 관리하는 곳에 다 기입했다. 일이 끝이 없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러면서도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거기에 우리 반 SEND 아이들 도와줘야 하는 것들도 하다 보니 금요일 퇴근하면서는 완전 녹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다음 주 화, 수요일에 parents evening이 있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들 성적은 상관없고 그냥 아이가 학교를 좋아하고 잘 지내면 좋겠다는 웰빙에 초점을 두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왜 우리 애가 똘똘한 아이인데 성적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아이 공부에 더 초점을 두고 그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들이 뭔지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적절한 대답을 해줘야 한다. 주말 동안 준비해야 하는데 날씨는 좋고 몸은 피곤하니 집중이 안된다. 그래도 삼주 후면 또 이스터 방학이니 잘 버텨보자 하고 있다.
이번 주는 시험 채점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이 지난 텀에 비해 성적이 많이 올라서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많이 칭찬해 줬다. 성적이 올라 좋은 것도 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 2학년 너무 힘들다고 울먹이던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했나 싶어 기특하다. 아이들은 선생님 칭찬을 들으면 좋아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모습이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칭찬을 받으면 눈이 반짝반짝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매일매일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안 좋은 말도 하고 행동도 하기 때문에 가끔씩 혼도 내고 한다. 이번 주는 우리 반 아이 중 말이 많은 아이가 있어서 이 아이를 어떻게 조용히 시켜야 하나 고민하다 우리 반 TA인 사미나가 자기 예전에 리셉션에서 일할 때 썼던 건데 아이에게 롤리스틱 세 개 주고 이 시간 동안은 네가 세 번만 말할 수 있다고 하고 말할 때마다 하나씩 롤리스틱을 가져가는 걸 했다고 한번 해보자고 해서 해봤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받기는 하지만 행동이 현저히 좋아졌다. 이것, 저것 시도하는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서 방과 후에 클럽활동을 하는데 나는 목요일에 컴퓨팅 클럽을 맡아하고 있다. 1, 2학년 아이들이 같이 모여하는데 이번 주는 2학년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어서 혼냈다. 끝나고 그 아이들 있는 담임에게 말하고 다음 날 아이들이 내게 와서 사과했다. 이런 모습들은 가끔 나를 어이없게 하는데 자기 담임이 아니라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내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른들 respect 하라고 자주 얘기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집에서도 부모님들이 가르쳐주면 좋겠지만 요즘은 영국도 자기 아이들이 최고라고 가르치고 집에서도 어른들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게 참 아쉽다.
우리 학교에 교사가 되려고 하는 student teacher들이 몇 명 있는데 2학년 피비 반에 인도에서 온 시텔이 있다. 시텔이 다음 주에 인터뷰 있다고 이것, 저것 물어봤는데 서로 얘기하면서 나한테 왜 이 학교에서 일하기로 했냐고 물어서 내 선택이 아니라 트러스트에서 이곳에 배정해 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교장이었던 레이철이 트러스트에 얘기해서 나를 여기 배정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얘기했다. 시텔은 자기는 이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심정적으로 동의했지만 (우리 학교는 교사들이 나 빼고 다 white British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소외되고 가끔은 나 혼자 왕따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할 때도 있다) 동시에 시텔에게 어디를 가든 완벽한 곳은 없다고 말해줬다. 실은 나도 다른 곳 가고 싶지만 다른 곳 가도 여기나 거기나 비슷할 거란 생각에 찾아보게 되지는 않는다.
2학년이 되면 글씨들 조인하는 걸 배우는데 이게 참 어렵다. 3학년부터는 완전 조인 업해야 해서 2학년때부터 슬슬 가르쳐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해서 엉망이다. 그래도 아이들보다는 나으니까 가르쳐주고 있는데 아이들 중에 어렵다고 우는 애도 있었다. 2학년 때는 조인 업할 때 앞에 lead in 하는 건 안 하고 뒤쪽에 lead out 하는 것만 가르치기 때문에 더 어렵다. 보다 못해 아이들에게 나도 솔직히 잘 못쓰고 조인 업하는 거 싫다. 그래도 너네들 3학년 되면 다 조인 업해야 하기 때문에 노력 중이다. 처음 시작하면 글씨가 더 엉망으로 보이고 안 예뻐 보이지만 자꾸 연습하면 괜찮아지니까 조금씩 더 연습하자고 다독여줬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한번 하고 나니 아이들이 더 연습하고 자기 이만큼 썼다고 보여주는 애들도 있어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솔직히 중학교 가면 조인업 안 하기 때문에 이걸 왜 배우는지 모르겠지만 학교 방침이니 따라야 한다. 가끔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굳이 필요 없는 것 배우느라 고생하는 게 안쓰럽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왜 이게 중요한지 말해야 하니 참 역설적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