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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에 흘려보내자

[ECT +2] Spring 2 Week 2

by Ms Jung Mar 10. 2025

이번 주는 작년 SATs 페이퍼들 가지고 아이들 수학, 리딩 시험을 봤다. 아이들이 6, 7살밖에 안 됐다는 걸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학교에 있으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아이들 중에 아침에 눈물을 글썽이며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행인 건 아이들에게 너네 정말 잘하고 있다, 이렇게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했으니 정말 대단하다 칭찬해 주면 또 금방 웃고는 더 할 수 있다고 으쌰으쌰 한다. 부모님들 중에는 이제 2학년 SATs는 옵션이기 때문에 굳이 시험 봐야 하냐, 이 성적은 그냥 학교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심정적으로는 1000프로 동의하지만 절대 내 생각을 말하면 안 되기 때문에 왜 이렇게 시험을 보는지, 시험을 보고 나면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번 주는 아이들도 나도 다 같이 시험이 계속 있어서 스트레스받았고 아주 작은 일에도 급발진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조심하려고 했다. 내가 급발진한 일은 없었지만 교장인 쌤이 급발진해서 나는 앉아있다 뺨 맞은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다음 주 딸 치과 교정 치료가 있어서 데리고 가야 해서 주중에 내가 2, 3시간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이메일로 다음 주에 이런 사정으로 나갔다 와야 한다고 leave form을 쓰겠다고 했더니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자녀가 있어 아이들 병원 데리고 다니는 건 필요하지만 자리를 비운다고 요청을 해야지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시간을 비우는 걸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이메일을 받았다. 개인 사정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든지 장례식에 참석한다든지의 이유로 leave를 쓸 수 있는데 이건 직원의 권리 중 하나인데 I need to로 하지 말고 Can I...로 하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열받았지만 직원이니 어쩌겠나 demand가 아니라 ask였는데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하고 허락해 줘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이메일을 우리 2학년 리드인 리즈에게도 같이 CC 했기 때문에 리즈가 아침에 날 보더니 쌤이 요즘 스트레스받는 게 많아서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있다 당한 나로서는 무시하기 참 어려웠다. 오후에 다른 직원들과 얘기하며 보니 지금 널서리랑 리셉션 TA들이 단체로 아파서 다 결근했다고 한다. 한 명은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안 좋다고... 1, 2학년의 경우는 TA가 없어도 어떻게든 돌아가지만 널서리나 리셉션은 아주 꼬마인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 때문에 항상 TA가 있어야 하는데 이 TA가 없고 외부 에이전시에서 불러와야 하는데 학교에 돈이 없어서 (지난 텀에 리지 아팠을 때 3주 넘게 에이전시에서 교사를 불러와서 예산을 다 썼다고 한다) TA를 못 부르고 리더십에서 거의 땜빵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상황은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내게 leave를 갖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걸 보면서 이 사람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직원들을 보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안 좋을 때 걸려서 안 됐다고 말은 했지만 아마도 자기가 안 걸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는 의연한 척 대처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상처가 된다. 그래도 이런 속상함을 마음에 품기보다는 빨리 흘려보내야지 생각하며 며칠 보냈더니 이제는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 나도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랑 같이 시작한 Sara는 리더십이랑 갈등이 있고 제대로 도움도 못 받고 있어서 다른 학교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사라 반 아이들 중 반 이상이 SEND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그 그중 한 부모님이 사라를 무시하고 제대로 못 돌본다고 컴플레인 엄청하고 결국 다른 학교로 아이를 전학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라가 도움을 받지 못했고 학교는 비난을 막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온갖 비난을 받게 놔뒀기 때문이다. 사라는 싱글이고 집도 런던 쪽이라 그쪽으로 학교를 찾아도 되지만 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멀리 가기는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주 시험들 보면서 아이들 성적도 확인하고 생각보다 잘 한 아이들도 있고 생각보다 못 한 아이들도 있어서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하고 계획도 세워야 할 것 같다. 2주 후에 학부모 면담이 있어서 다음 주는 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일은 끝이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버티고 성장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참, 우리 반에 선택적 함묵증인 아이가 있는데 부모님이 이 아이가 이번 주에 너무 스트레스받아한다고 시험 자꾸 보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내가 아이 엄마랑 얘기하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받는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고, 엄마가 네가 힘들면 하지 말라고 말하면 아이는 당연히 하기 싫어서 울 수밖에 없다고 아이에게 자꾸 포기하는 게 옵션이 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건 참 어려운 문제다. 아이가 함묵증이 된 원인 중 큰 부분이 가정환경인데 (아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엄청 싸우다 이혼했고 다시 재결합했고 아이의 누나는 자폐인데 정도가 심해서 집에서 폭력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부분까지 시도하지 않게 하는 건 또 다른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랑도 얘기하고 SENCo와도 얘기했는데 결국 서로 다른 부분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건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더 크게 나타날 부분인 것 같다. 우리 반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금요일에 World Book Day를 해서 아이들이 자기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Book in a Jar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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