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1] Spring 2 Week 1
일주일의 하프텀 방학이 끝나고 첫 주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생기가 넘치고 잘 웃고 논다. 학기가 진행될수록 초반에 작게 보였던 문제들이 다뤄지지 않으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우리 반 SEND아이 중 하나가 자꾸 A, B 친구가 자기 보고 비웃는다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학기 초반에는 왜 이러나 싶어 의아해했는데 다른 선생님들과 얘기해 보면서 이 아이가 약간의 강박? 증이 있어서 조금만 눈이 마주쳐도 자기를 비웃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 앉아 있어도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는 부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지만 그 아이 역시 자기도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이 아이가 자꾸 I'm losing my mind! 이러면서 소리 지르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이 아이가 자해하는 아이라 소리 지르다 벽에 달려가 머리를 쿵 박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다른 반 선생님들은 자기 반 아이가 아니니까 그냥 얜 조현병이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 웃으면서 그냥 넘기는데 담임인 나는 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도와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반 TA인 사미나는 오전에 이 아이를 자주 도와주는데 이번 주는 화가 나서 이 아이한테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해는 가는데 SENCo와 자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부모님이 이 아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이 아빠는 나도 어렸을 때 그랬어. 얘가 누굴 죽이지는 않잖아 이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엄마는 영어가 안돼서 대화가 안 되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갑갑하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럴 때마다 교사로 느끼는 무력감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1학년 선생님과 얘기하다 자기 반은 SEND가 14명이라고 너는 6명밖에 없잖아 그러는데 헉... 매해 점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늘어나는데 도와줄 인력도 resources도 없기 때문에 과연 내년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는 Assessment week이라고 해서 읽기, 수학 등 시험을 보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했다. 2학년 아이들은 아직 6, 7살짜리라 어린데 이 아이들 시험 보겠다고 낑낑대는 걸 보면 왜 이렇게 해야 하나 싶다. 가끔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학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문제 보고 풀라고 하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교사들은 시험 보고 나면 다 채점해서 아이들 과목별로 성적을 줘야 한다. 그래서 시험 보고 나면 저녁마다 채점해야 하고 서류화해야 해서 다음 주는 무척 바쁠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주는 미술 시간에 수채물감으로 그림 그리기를 해서 아이들이 조금은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다. 하프텀마다 DT, 미술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배우기 때문에 이번 텀은 미술을 배우는데 expressive art라고 해서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이번 텀은 넷째 주에 학부모 면담이 있어서 시험 본 것들 바탕으로 아이들이 어느 정도인지 얘기해줘야 하고 어떻게 집에서 도와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그래서 이것, 저것 다 준비해야 해서 무척 바쁠 것 같다. 그래도 매일, 매일 해야 할 것들을 하면 이것들도 다 끝나 있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방학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