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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민 May 03. 2018

입으로 숨쉬면 얼굴이 길어진다

먹고 숨쉬는 일상이 턱건강과 얼굴 미용에 미치는 영향

농업혁명, 그 이후 시작된 질병의 역사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했던 인간이 정착해 직접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게 되면서 생긴 인간의 생활 방식의 큰 변화를 농업혁명이라고 합니다. 농업혁명은 인류학적으로 인간성의 정점을 찍는 위대한 변혁이라고 하지요. 진화 과정에 인간은 너무나 똑똑해져 자연의 비밀을 파악하고 양을 길들이며 밀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게 가능해지자 지겹고 위험하고 가혹했던 수렵채집인의 삶을 기꺼이 포기하고 농부의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즐기기 위해 정착했다는 것이 농업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서술입니다.


그러나 농업혁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과는 달리 너무 미화된 내용이며, 실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농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왜곡시켜온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요. 심지어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했습니다.

"농부들은 수렵채집인들보다 더 힘들고 불만스러운 삶을 살고 있으며, 식량의 총량은 늘어났지만 많은 인간들은 심각한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범인은 한줌의 식물 종인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것이 아니었다"


 고대 유골에 대한 연구를 보면 농업혁명으로 인간은 수렵채집 생활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신종 질병인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의 수많은 질병을 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인류는 원래 아주 다양한 음식을 먹고 사는 잡식성이었는데, 농업혁명으로 곡류 중심의 식단을 갖게 되면서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해지고 치주조직도 망가지고 충치도 생기기 쉬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영양 섭취 패턴은 인간의 턱성장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얼굴 형태의 변화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수렵채집인의 치아  vs  현대인의 치아

왼쪽 사진은 수렵채집 생활을 아직도 유지하고 살아가는 아프리카 원시부족의 모습인데요. 과거 수렵채집인의 얼굴 모습과 치아 형태가 이와 유사했을 것입니다. 충분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한 그들의 얼굴은 악궁이 넓게 발달해 있고 턱이 잘 발달해 있는 건강한 얼굴을 갖고 있는 반면 농업혁명 이후 농경사회의 일원의 얼굴 모습은 오른쪽 사진과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모습은 뼈성장에 관계된 비타민과 미네랄 결핍으로 턱의 발달이 잘 일어나지 않아 악궁이 좁아져 있으며 하악이 길어지며 또한 상악도 자라지 않아서 30개의 치아가 들어갈 dental cavity가 부족해서 어금니가 힘이 약한 앞니를 밀어내서 앞니가 삐죽나오는 형태로 치아 교합에도 문제가 생겨 있는 얼굴을 가지게 됩니다.




구강호흡이 미운 얼굴을 만든다


 얼굴의 변형을 만들어 내는 또다른 원인이 바로 구강호흡(mouth breathing)입니다. 구강호흡이 안면부 근육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결국 안면비대칭의 원인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던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시는지요?


https://brunch.co.kr/@ulfit/13


 만성적으로 구강호흡을 하게 되면 전신에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선 코로 하는 호흡은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같은 알러젠을 필터링하고 점막을 촉촉하게 해줌으로서 산소가 쉽게 폐에 흡수될 수 있는 반면 구강호흡을 하게 되면 필터링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차가운 상태로 폐에 도달해 산소 흡수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과호흡 상태가 되어 산소가 부족해져서 집중력 저하되고 주의력도 떨어지게 되지요.  또한 구강호흡은 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코점막이 민감해지며 호흡 속도가 느려지고 혈관을 수축시키게 되면서 비점막이 충혈되어 코가 막히는 비염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구강호흡이 이러한 기능적인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얼굴 구조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구강호흡을 반복하게 되면 특징적인 얼굴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요. 안면부의 상악(maxilla)은 자라지 않아 좁아지며 하악(mandible)이 길어지게 되어 치아의 배열이 고르지 못하게 되어 부정교합이 발생합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구강호흡은 절대 단순한 문제도 치부해서는 안된답니다. 평생 가져갈 얼굴 형태가 잘못된 호흡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이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싶네요. 또한 구강호흡은 불균형한 자세를 만들어내어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즉 일자목과 척추측만증 등의 증상이 생기고 소아의 경우 성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구강호흡이 얼굴구조에 미치는 영향

- 입을 무의식중에 벌리고 있어요
- 콧대가 좁아져요
- 짧은 윗입술, 두툼한 아랫입술
- 앞니가 뻐드러져요
- 아래턱의 폭이 좁고 긴 얼굴을 가져요
- 얼굴 비대칭이 생겨요
- 잇몸이 드러나요
- 안검도 처지고 다크써클도 생겨요
- 눈에 촛점이 없어져요


구강호흡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특징적인 얼굴모습은 아데노이드 얼굴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침을 삼키는 움직임이 없을 때의 혀의 위치가 잘못되었기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혀의 정상적인 위치는 상악(maxilla)의 바닥인 입천장

무슨 말이냐구요? 혀의 정상적인 위치는 아랫니나 앞니 부근이 아니라 정확히 입천장이고 이로 인해 상악(maxilla)의 발달을 유도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구강호흡을 할때 혀의 위치은 아래턱(하악)에 위치하게 됩니다. 혀가 아태턱에 위치하게 되면 아랫니를 밀어 아래턱을 성장시키고 주걱턱을 만들게 되어 얼굴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를 Tongue thrust라고 합니다. 아데노이드, 편도 비대와 알러지, 유전적으로 작은 설소대를 갖고 있는 경우, 유아기에 손가락을 빠는 습관도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혀가 씹고 말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을 때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잘 관찰해보세요.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랍니다. 혀를 반복적으로 앞니 근처에 두게 되면 혀에 앞니가 밀려 앞니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이는 부정교합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혀는 위턱과 아래턱의 성장을 자극하는데 혀를 앞니 부근에 두게 되면 치아를 앞쪽으로 미는 힘에 의해 돌출입이 될 수 있으며 혀가 아랫니를 밀게 되면 주걱턱이 될 수 있습니다.




 구강호흡이 얼굴 변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있는데요. 바로 치과의사인 Harvold 박사가 3년의 기간에 걸쳐 진행한 동물 실험입니다. 내용을 좀 소개드려 볼게요.

Harvold의 실험
인위적인 조작으로 비강호흡을 제한해 3년간 구강호흡을 하게 한 원숭이의 얼굴 구조와 치아 교합의 변화를 확인한 실험

결과
- 혀의 아래쪽이 얇아지면서 연구개와 목젖이 위로 이동한다
- 치아가 점점 비뚤어진다. 또한 전치부 즉 앞니에 개방교합( open-bite)이 발생한다
- 아래턱이 좁아지고 뾰족해지고, 하악면의 각도가 가파르게 변하게 된다.
- 하악의 악궁이 좁아지고 상악의 길이가 감소한다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살펴야할 것들

 성장기의 아이들이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한 식사 습관을 가진다던가 구강호흡을 지속하게 되면 이는 미용적으로 얼굴 변형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 여러가지 치명적인 문제들을 만들어낼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가지런한 유치를 가지고 있었던 5살 꼬마 숙녀가 불과 2년만에 미운 얼굴로 변해버렸네요. 영구치가 자라는 마의 2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나쁜 생활습관적 원인이 작용했는지 히스토리는 알길이 없지만 하악이 앞으로 이동해 주걱턱으로 자랐고 새로 자라난 영구치의 배열은 충격적인 정도로 삐뚤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치아 상태는 교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결국은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것입니다.  

성장기의 구강호흡은 단기간안에 치아의 변형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로 숨쉬는 이 당연한 생리적 반응을 잃은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라면 비강호흡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구강호흡에 비해 코로 숨쉬는 호흡은 18%정도 더 낳은 산소를 뇌로 보내주게 되어 뇌의 발달을 촉진하고 스태미나를 올려주고 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구강호흡은 입안과 입술을 마르게 해서 구강내 pH를 낮춰서 산패를 일으켜서 점막이 충혈되고 부어있는 상태를 만들어내어 입냄새가 나도록 합니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구요. 또한 전신에 산소가 부족해져서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지요.


구강호흡이 만들어내는 신체 반응을 정리해 봤는데요. 아래 체크리스트 중 여러분들은 몇개나 해당되시는지요?

구강호흡 자가 체크리스트
- 평소 무의식적으로 입이 반쯤 벌어져 있다
- 앞니가 튀어나왔다
- 입이 돌출되어 있다
- 입을 다물면 턱밑이 볼록하게 솟아오른다
- 입술이 거칠고 건조하다
-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따끔거린다 (편도선염이 잘 생긴다)
- 콧구멍을 벌름거리지 못한다
- 입안이 자주 마른다
- 평소 구취가 고민이다
- 입을 벌리고 잔다
- 자면서 코를 골거나 이를 간다
- 코가 잘 막히고 훌쩍인다.


참고문헌/

1. 이영준. 악관절을 이용한 전신치료의학.고려의학(2007)

2. 유발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6)


신정민 /전직 약사&현직 한의사

강남 참진한의원에서 난치성여드름, 여드름흉터, 주름, 안면비대칭, 턱관절장애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약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진료현장의 경험을 담아 얼굴 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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