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며
월말결산 프로젝트 #2022.11
#이달의 키워드_군밤
기후 위기 탓인지 유난히 길었던 가을. 이상 하리 마치 포근한 한 달을 보냈다. 기후 위기가 걱정되는 동시에, 덕분에 조금 더 많이 걸어 다닐 수 있었다. 11월 내내 출퇴근을 걸어서 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은 출근길에 있는 점포에서 군밤을 사 먹는 것이었다. 따듯한 군밤을 오물오물 씹으며 걸을 때면 목이 막히기도 했지만, 정말 너무 행복해서. ‘군밤 안에 가을이 다 담겨있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달의 여행_운길산 수종사.
대학교 후배들과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에 다녀왔다. 출발과 동시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운길산.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운길산에 도착했고, 수종사를 가려면 차를 끌고 조금 더 올라가야 했다. 산길을 타고 구불구불 운전을 하고 올라가다 보니 요령껏 주차해 놓은 차들이 보였다. 우리도 눈치껏 주차를 성공했는데 경사가 꽤나 가팔라 웃지 못할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도 잠시, 내려서 ‘명상의 길을’걸으며 올라가니 수종사가 나왔다. 작은 절 이었지만 세조때 부터 내려온 멋스러운 은행나무가 있었고, 아래로는 강이 내려다보이며 방문객들에게 차를 내어주는 장소도 있었다. 날이 너무 좋아서 걸으면서 자연에 푹 빠져있으니 아무런 다른 생각이 나지 않고 온전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었다. 명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지만, (한다기 보다는 아직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직도 온전히 현재에 머무르는 느낌을 느끼지 못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수종사에서 오랜만에 그 느낌을 받았다. ‘역시 제일 좋은 명상 장소는 자연이구나..’
#이달의 영화_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모든 것을 외면하고 베이글 속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그게 우리가 세상과 싸우는 방식이에요.”
#이달의 새로움_타이션 춤
지인찬스(?)로 타이션 춤(타히티 전통춤) 원데이 클레스를 들었다. 선생님의 에너지와 춤의 에너지 모든 것이 너무 좋고 재미있었다. 운동으로서도, 예술로서도 너무나 완벽한 활동이었다. 한평생을 몸치라고 생각했는데(그리고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타이션 춤을 출 때만큼은 내가 몸치이건 아니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선생님의 지시와 리듬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몸이 해방되는 것을 느꼈다. 20대에 클럽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사당의 한 연습실에서 느낄 줄이야(!). 타이션 춤을 배워보고 싶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이 한 분이시다 보니 제약이 있어 일단 내년부터 훌라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2023년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
#이달의 이벤트
1)퍼블리셔스테이블2022
독립출판 북 페어 퍼블리셔스테이블에 ‘여름낭만’팀의 이름으로 참여했다. 구경와주신 분들도 정말 많았지만 셀러팀 자체가 220팀으로 규모가 엄청났었다. 그 속에서 내 책 <See ya, New York: 퇴사 후 뉴욕에서 1년살기>를 봐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별거 없는 내 작가 소개만 읽고 책을 구매해 주신 분도 계셨고, 망원동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봤다고 반가워해주셨던 분, 이미 텀블럭에서 보고 후원해 주셨던 분들, 그리고 구매는 못했는데 계속 기억에 남는다고 메세지를 주셨던 분들..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하고 인사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었다. 많이 부족한 책이어서 아직도 자랑스러움 반, 부끄러움 반으로 남는 책인데 이렇게 좋은 시간까지 선물을 받게 되었다.
2)대추생강청 만들기
11월의 행복한 기억 중 하나. 이날 찐 대추생강차도 얻고 마음의 부자가 됨.
3)창경궁& 청와대구경
제주도에서 친구가 서울로 면접을 보러 올라왔다. 면접이 끝나고 가보고 싶은 곳으로 창경궁을 골랐다. 제주도에 살지만 궁 덕후인 제주소년은 창경궁을 걸으며 행복해했다.
‘누나, 왕으로 사는 거 너무 근사했을 거 같은데요?’
‘음,, 난 싫어. 궁도 근사하지만 이 안에만 갇혀있기에는 세상이 너무 넓잖아! 난 자유롭게 사는 백성으로 살래 그냥~~~!’
그리고 이어서 제주소년 덕분에 청와대 구경도 했다. 구 왕실과 현 왕실(?)을 하루에 구경하자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그 묘한 기분을 광장시장에서 소주 한 잔으로 씻어냈다.
#이달의 장소_명가원
안국에 위치한 보이차 전문점 명가원. 친구들을 데리고 차를 마시러 갔다. 처음 들어보는 차를 주문하고 내가 반대편에 앉아 친구들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멋스럽게 따라주고 싶었는데 아직 개완 사용이 서툰 나는 결국 손에 물을 쏟고 말았다. 뜨거운 내 손이야 어찌 되었건 잘 분리되어 있는 공간은 조용히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충분했다. 안국에서 차를 마신다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이달의 책
-<아니 근데 그게 맞아?>_이진송
이길보라 감독이 쓴 <반짝이는 박수소리:또 다른 언어, 수어로 말하는 사람들>은 청각장애인 부모를 "손상과 결여의 의미로서의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수화 언어와 농문화를 지닌 사람"으로 해석한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런 약점을 일일이 극복하기보다, 곧장 웃음거리가 되거나 불편을 감수하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과 감수성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카네기 인간관계론>_데일카네기
-<Feeling good(필링굿)>_데이비드 번스
감정의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일까? ‘생각이 감정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감정은 생각이 정확한지 증명할 수 없다.’ 불쾌한 기분은, 단지 우리가 어떤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고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음을 뜻할 뿐이다.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예리할 뿐이다. (…) 우리가 아는 한 이 사람은 스스로를 거의 이해한 것이다. 단지 어째서 인간은 우울증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종류의 진실에 이르게 되는지 의아할 뿐이다.
_지그문트 프로이트<슬픔과 우울증>
-<알랭드보통의 영혼의 미술관>_알랭드보통, 존 암스트롱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예술이 덜 필요하고 덜 예외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다. 예술에 대한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그림자_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반려자>_이부영
-<We_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_로버트 A.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