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철인 3종 통영여행기

by 김애정

몇 달 전 친구가 tvN의 예능 <무쇠소녀단>을 보고 통영 달리길이 예쁘다며 달리기 여행을 함께 가겠냐고 물어봤다. 마침 러닝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할 때라 3-5K 정도만 뛰어도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한국 예능을 찾아보지 않는 터라 몰랐는데, 무쇠소녀단은 여자 연예인 4명이 나와서 철인 3종, 정확히는 트라이애슬론(수영 1.5K, 사이클 40K, 달리기 10K)을 도전하는 내용이었다.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도 프로그램을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20살 초반 대학생 때 친구들과 재미로 10K 러닝 두 번 나가본 적이 있다. 워낙 달리기도 싫어했기 때문에 속력을 내서 달리다가, 걷다가, 달리다가 걷다가 겨우겨우 통과를 하고 술을 마시러 가는 그 재미에 그때는 참가했던 것 같다. 그때도 제대로 된 달리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제대로 된 달리기를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부터 매일 5분씩 뛰던 것이 15-20분이 되고 하루는 근처 하천에 나가서 혼자 한 시간을 뛰어봤다. 약 8.5K 정도 거리였는데, 다 뛰고 나서도 크게 힘들지가 않아서 10K는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 통영여행에서 혼자 10K를 뛰기로 결심했다. 사실 전날 4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통영에 오고, 오면서 버스에서 멀미도 하고, 저녁에는 간단히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에 자서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또 막상 뛰기 시작하니 컨디션이 올라왔다. 처음 한 5-10분 동안은 힘들어서 ‘나도 그냥 5K 정도만 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먼저 달려간 친구가 금방 돌아오길래 “왜 벌써 돌아와요?”라고 하니 “2.5K 뛰어서 돌아가는 거예요. 돌아가면 5K예요.”라고 하였다. ‘벌써?’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그냥 쭉 뛰니 의외로 금방 길의 끝에 다 달았다. 그렇게 10K를 뛰고 돌아오니 다른 친구들도 각자 달리기, 자전거를 조금씩 타고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추억영상을 남기려고 한 50m 정도 자전거를 탄게 전부였는데, 사실 자전거도 더 타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자전거도 타고 달리기를 더 하려면 먼저 조금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막상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수질점검 시간에 딱 걸려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밥을 먹고 수영을 하기가 힘들 것 같아 수영을 먼저 하려고 했는데, 할 수 없이 식사를 하러 갔다. 간단히 칼국수를 먹고 나오니 눈앞에 벚꽃나무가 멋져서 그리로 걷다 보니 그 동네를 꽤나 오래 산책하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화도 되어서 좋았다. 이번에 통영여행을 오면서 벚꽃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마침 어딜 가나 벚꽃이 만개해 있어서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그렇게 산책 후 수영장으로 다시 향했다.


10년 전쯤 수영을 1년 정도 배우면서 나름 상급반문턱까지도 가봤기 때문에 스스로 수영을 꽤나 잘한다고 생각한 나는 처음부터 자유형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여태까지 바다에서, 호텔수영장에서 개헤엄, 평영으로 여유롭게 하는 수영만 하다 보니 갑자기 자유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조금씩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보고 자유형 폼을 잡아보니 어느새 또 몸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이 돌아왔는지 자유형이 되기 시작했다. 안되다가 되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50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와 기록을 보니 25M 수영장을 35바퀴 정도를 돌았다고 나왔다.


그렇게 모든 달리기, 자전거, 수영을 마치고 하루 종일 애타게 기다리던 커피타임을 갖고 서울로 올라왔다. 통영에 달리기 여행을 하자는 말에 ‘어, 그럼 우리도 야매 철인 3종 해요!’라고 말하니 정말 추진이 되었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며 그렇게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아무리 야매라지만 끝나고 나니 성취감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듣고 나서 관심도 없던 <무쇠소녀단> 프로그램을 다녀온 뒤로 계속 보며 울고 있다. 도전자체가 너무 멋있고, 그걸 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왜 한계에 도전하려고 하는 걸까? 아마도 그건 그게 그들의 한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까지는 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경계를 넓혀가는 그 과정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언젠가 트라이애슬론에 도전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생각이 드는 나 자신이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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