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으로 떠난 20K 트레일러닝
지난 주말, 새벽 5시부터 일어나 30분 만에 대충 씻고 짐을 챙겨 차를 타고 강원도 정선으로 향했다. 첫 트레킹러닝. 트레킹러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가끔 챙겨보던 러닝유투버가 올린 트레킹러닝 영상을 보고 난 이후였다. 산에서 달리기도 하고, 중간중간 걷기도 하며 경치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찍은 그 영상을 보는데 너무 좋아 보였다. 나는 달리기도 좋아하게 됐고, 산도 좋아하는데 산에서 하는 러닝이 라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막연히 나도 언젠가 해봐야지, 하던 참에 지난 4월 말, 띠링-문자가 도착했다. ‘빵빵런’으로 부족한 당신을 위해 ‘빵트레일런’이 찾아왔어요! 4월에 뛰었던 마라톤 주최 측의 다른 행사 광고문자였다. 그래서 바로 신청을 했다. 12K와 20K, 처음이니 12K 정도 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강원도 정선까지 가는데 12K만 하고 오기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덜컥 20K를 신청해 버렸다.
일단 무식하고 용감하게 신청은 했으나, 그래도 조금은 겁이 나기도 했다. 로드와 산에서의 거리는 똑같은 거리가 아닌데. 하프마라톤 뛰고 그렇게 힘들었는데 20K는 무리였나? 그래서 유튜브에 20K 트레일러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중도에 포기한 사람도 보이고, 4-5시간 만에 완주한 사람도 보였다. 해보지 않았으니 나는 얼마나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불안하니 또 장비빨을 세우기 시작했다. 등산스틱도 새로 구입하고, 에너지젤도 두둑이 챙겨두었다.
그리고 대회당일. 차로 3시간이 걸려 정선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비가 꽤 많이 와서 걱정이 되었고, 도착해서도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잦아들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장비체크하고, 배번호와 티셔츠를 받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여 상품도 받고 보니 금방 출발 시간이 되었다. 5,4,3,2,1 출발! 잠깐의 도로를 지나 금방 산으로 진입했는데 안개가 자욱이 껴있는 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진입하자마자 있는 급 경사에서 뛰고 보니 너무 금방 힘이 들었다. 워밍업을 하지도 않고 달린 것이 아무래도 조금 무리였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먼 길을 오느라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차에서 빵과 바나나로만 때웠는데, 얼른 에너지젤을 꺼내 에너지를 보충해 준다. 그런데 그 구간이 지나고 업힐에서는 걸어주고, 뛸 수 있을 땐 다시 뛰기도 하고. 그렇게 스스로의 속도를 조절하다 보니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비가 와서인지 모든 나무, 식물들이 조금 더 생기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 있는지 앞, 뒤를 봐도 사람들이 없을 때 그 평화로운 느낌도 좋았다. 그러다가도 다시 또 사람들과 만나면 서로 “파이팅!” 하고 힘차게 외치는 것도 좋았다. 중간중간 3번의 CP(Check point)가 있었는데, 각종 음료, 에너지젤, 에너지바, 빵, 과자등이 준비되어 있어서 잠깐 쉬는 시간도 가지고 다시 뛰고를 반복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아니, 산에서 뛰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구나. 이 즐거운걸 여태 모르고 살았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20K를 지나 결승선에 들어오니 3시간 50분이 지나 있었다. 약 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몰입해서, 즐거움만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달리면서 하늘은 맑게 개었지만 나의 온몸은 땀으로 다 젖어있다. 12K만 뛰었다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 결승선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또 뛰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