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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Sep 10. 2021

연애 ‘잘’ 하는 6가지 방법

제대로 사랑을 할 줄 몰랐던 나에게

우린 모두 시행착오를 한다. 어떤 일을 경험하고, 체득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여기서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뉜다. 한 번의 시행으로 두 번의 착오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 몇 번을 시행해도 똑같은 착오를 반복하는 사람. 그렇다. 난 후자의 사람이다. 나의 10대, 20대는 줄곧 사랑이었다. 짝사랑도 하고, 연애도 하고, 누군가를 사귀지 않던 와중에도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왔다. 나름 경험을 쌓고 데이터를 축적한 날들이라 부르고 싶다. 하지만 지난한 이 과정들의 결과는 발전이 아닌 답보 그 자체였다.


지금껏 난 지극히 정상적으로 연애를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언제부턴가 모든 관계 속 상대방이 그리고 나 자신이 묘하게 어긋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여태 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아니, 그것은 갑자기가 아니었다. 뚜벅뚜벅 잘 걸어가고 있던 내가 순간 길을 잘 못 들어 내 눈앞에 갑자기 어둠의 숲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내 손에 있던 그러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어둠의 씨앗을 무심중에 심고 무럭무럭 키워 나 스스로 그 숲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언제나 어려운 사랑, 사랑, 사랑. 죽으나 사나 늘 사랑밖엔 난 몰라를 외쳤지만 정작 제대로 사랑할 줄은 몰랐던 과거의 우매한 나를 돌이켜보며 쓰는 이 글은 반성문이다. 그들로 인해 괴로웠던 나를 도닥이는 위로문이자 나로 인해 괴로웠을 그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이다. 아,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문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던 남자들에게’ 아니, 제대로 사랑을 할 줄 몰랐던 나에게. 이제 좀 제대로 해보자.


의심하지 말자


의심은 집착의 씨앗이다. 이 작고 작은 씨앗은 ‘혼자 하는 생각’을 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리고 기어이 아름다운 집착의 꽃이 피어난다. 의심은 나의 오랜 병이었다. 발병 원인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경험'에 있었다. 썸 아닌 썸을 탔던 사람에게 알고 보니 오래된 여자 친구가 있었고, 몇 년 후 똑같은 일을 한 번 더 당했다. 몇 달을 좋다고 쫓아다니던 사람과의 마지막은 잠수 이별이었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방불케 하는 불꽃 노력으로 다가와 만나게 된 사람은 두 달도 안 되어 차게 식었고 확증이 없어 단언할 수는 없지만 환승 이별을 당한 듯하다. 한 번만 해도 족했을 경험을 여러 번 겪다 보니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아버렸다.


그렇게 누구를 만나도 완벽히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조금만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면 의심을 하고, 동굴에 들어가 혼자 생각을 하고, 점점 더 깊게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의심을 하면 나도 힘들지만 죄 없이 당하는 상대방도 무척이나 괴롭다. 무턱대고 의심하지 말고, 무엇보다 혼자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관계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의심할 만한 놈들은 해야 한다. 촉을 절대 무시하지 말 것, 그렇다고 어먼 사람을 잡지도 말 것.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됐던 말은, ‘딴짓할 놈은 뭘 어떻게 해도 딴짓을 하고 아닌 사람은 뭘 해도 안 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선택한 그 사람을 잘 들여다보자. 둘 중에 어떤 사람인지.


집착하지 말자


앞서 의심은 집착의 씨앗이라고 얘기했는데, 집착은 파멸의 씨앗이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집착이 되고, 이는 관계를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태워버린다. 끔찍한 건 이 급행열차는 브레이크도 없다는 사실이다. 집착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의심의 싹은 어떻게든 노력해서 잘라버릴 수 있지만, 집착이 시작되고 이게 점점 심해져 구속이 되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버린다. 흔히 집착이라고 하면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싶어 하고, 연락과 만남에 미친 사람처럼 구는 것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을 내 틀에 끼워 맞추려 하고 그것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일종의 집착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바꾸려고 하고 상대에게 그것을 강요하려면 애초에 다른 사람을 만났어야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모습까지 사랑하자. 의심과 마찬가지로 집착도 나와 상대방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싫어하는 일은 좀 하지 말자


늘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궁금했지 싫어하는 것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몹시 1차원적으로 그저 그가 좋아하는 걸 해야 좋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대단한 착각이었지.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사람이 그렇다. 상대방이 나에게 좋아하는 걸 열 번 해준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한 번 한 것이 기억에 더 치명적으로 남는다. 그러니 좋아하는 건 좀 미뤄두더라도 싫어하는 건 노력해서 하지 말도록 하자.


말하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지 말자


흔히 남자들을 볼 때 그들이 하는 말을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고 하지 않는가.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남자에게 행동이 중요하다면 여자에게는 말이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로 하는 것. 원하는 걸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것보다 더 바보 같은 것은 없다. 상대가 독심술사라도 되는 것이 아니라면 원하는 것을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렇다고 너무 자주, 사소한 것에 대해 일일이 말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정리를 해서 간결하고 적당하게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다.


마음의 상태변화를 이해하자


여기 쓴 것들 중 내가 아직까지도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관계 초반에는 달도 별도 우주도 품에 안겨줄 듯 행동하던 그들은 왜 일순간 그랬던 적 없다는 듯 시침을 뚝 떼 버리는 것인가. 그리고 도대체 나는 알면서도 왜 매번 그 말에 속아 넘어가는 것인가. 이런 고민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날 보며 친구가 말했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다른 모양의 사랑이 되는 거야.”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즉 모양이 다를지언정 다 같은 물질이라는 것.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물질의 상태변화는 사랑의 모양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었던 것인가. 그리고 사실 시간이 지나서 변하는 건 상대방뿐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변하지 않을 것을 바라지 말고 달라진 사랑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지자.


언제나 감사하자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하지만 너무나 기본적이어서 늘 잊고 있는 것.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 사람이 나를 먼저 좋아해서 우리가 만나게 되었건,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주어서 이 관계가 시작되었건 간에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 상황 자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상황과 함께 그 사람이 내게 해주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까지도.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말이다. 없는 돈을 아끼고 아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고,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하고, 지나가던 말로 얘기한 걸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고, 나를 위해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해주며 생색내지 않는 것! 그러니 반대로 내가 해주는 것에 감사해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쌀알 한 톨만큼도 잘해 줄 필요가 없다.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은 내가 해주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언젠가는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에게 나 또한 감사해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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