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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Aug 06. 2022

사람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있다

#춘천 #한림대학교

공간  자체로 장소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으로 장소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세피아 필터 한가득 먹인 듯한 과거  시절  누군가와 함께 했던 장소로 말이다. 대개 과거  기억이란, 웬만큼 지독하게 나쁜 것이 아니고서야, 시간 속에서 침식되고 퇴적되어 현재의 예쁜 모양에 이른다. 이렇게 미화된 기억은 현재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과거의 시간이 지나가고, 사람이 사라지고, 사건이 끝이 나도, 공간은 어지간해선 그대로 남아 있는다. 어쩌면 그래서  아름다울 추억  장소. 오늘의 인터뷰이는 그의 대학 시절 추억이 듬뿍 묻어있는 장소를 드라이브에서 어렵게 꺼내왔다. 대학을 졸업한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재의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한 과거. 그는 인터뷰를 하며 대학 시절 얘기를 하는 내내 시종 입가에 미소를  있었다.


-무슨 일을 하시는 누구신가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아, 부끄럽네. (웃음) 안녕하세요. 저는 노원구에 살고 있고, 마케팅 회사에서 데이터 업무를 하고 있는 오승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어색한 웃음)


-반갑습니다, 승준씨. 그럼 바로 여쭤볼게요. 승준씨가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딱 정하기가 어려운데, 지금 떠오르는 장소는 춘천이요. 제가 한림 대학교를 나왔는데, 학교가 춘천이다 보니 그곳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도 다 대학에서 만났고, 사실 전 여자 친구들도 다 그곳에서.. (웃음) 아, 다는 아니고, 대부분이요. 다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그녀들(!)과의 추억이 춘천에 가장 많아서 저에겐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곳인 듯합니다.


-대학에 대한 추억이 굉장히 많으신 것 같네요.

그렇죠. 좋은 추억도 있고 아닌 추억도.. (웃음)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저는 대학에 대한 임팩트가 가장 커요. 솔직히 저는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거든요. 반면에 대학교 때는 재밌는 기억들이 참 많아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셨나요.

남자들 다 똑같죠, 뭐, 별 거 없어요. 그냥 친구들 다 모여서 수업 듣고, 게임하고, 술 먹고 그런 거요. 되게 일상적인데 그게 다 재미있는.


-그럼 지금 가장 친한 친구들은 거의 대학 친구들인가요.

그렇죠. (중학교 친구인) 수담이도 물론 친하지만 (웃음) (TMI.이전 인터뷰이 수담씨와 승준씨는 친구다.)



-춘천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소를 고르자면요.

저희 학교 캠퍼스요. 한림 대학교 캠퍼스.


-왜 좋아하세요? 특별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학교 다닐 때 제가 학술 동아리를 했는데요. 1년에 한 번씩 전시회 같은 걸 해요.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 여름방학 때 2박 3일씩 워크샵도 하는데, 그때 거의 밤을 다 같이 새우거든요. 모두가 같이 있다 보니까 얘기도 많이 하게 되고. 그런 소소한 일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 장소이고 또 그 친구들에 대한 추억이 많은 곳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할까요.


-그럼 최근에 간 적 있나요.

가장 최근의 기억은 졸업 날이 마지막이에요. 생각해보니까 졸업하고 한 번을 못 갔네요.


-친구들끼리 같이 가자는 얘기는 안 해요? 학교 같이 가보자 라던가.

학교가 서울이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친구들도 다 일을 하고 있고 각자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까 그게 참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누군가 춘천에 간다면 무엇을 하길 추천하시나요. 소양강이나 닭갈비 거리 말고 (웃음)

구봉산에 카페가 하나 있어요. ‘라뜰리에 김가’라고. 빵이랑 디저트를 파는 베이커리 카페인데요. 당시에 만나던 여자 친구랑 처음으로 밤에 갔던 곳이었는데, 그 날 임팩트가 정말 강했어요. 밤이다 보니 조명이 켜져 있었는데 그 불빛 때문에 카페도 예뻐 보였고, 무엇보다 그 분위기와 설렘, 풋풋한 느낌이 정말 좋았죠.


-아니 그럼 빵이 메인이 아니네요. (웃음)

빵은 메인이 아니죠. (하하) 빵도 맛있긴 했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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