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영 Jul 01. 2023

[이탈리아]서서 마시는 커피

2023년 6월 17일 저녁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 호텔에서 눈만 붙인 뒤 18일 아침 일찍 베네치아행 기차를 타기 위해 떼르미니역으로 향했다.


커피 생각이 너무 간절했다. 로마의 시간은 서울보다 7시간 늦다. 12시간 이상 비행으로 쌓인 피로감에 시차가 주는 걸쩍지근함을 카페인으로 날려버리고 싶었다.


기차 출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떼르미니 역 안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에스프레소를 마셔야지! 여기선 커피를 서서 마시는 게 기본이란 사실 쯤은 미리 알고 있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캐리어를 한 손으로 잡고 배낭을 멘 채 역 곳곳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서서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테이크 어웨이 플리즈"라고 덧붙였다. 직원이 영수증을 뽑아 준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올커니,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따로 주고 커피를 받으면 되는구나!


나도 눈치껏 영수증을 소심하게 펄럭여댔다. 그러자 바리스타가 영수증을 집어간 뒤 잠시 후 작고 귀여운 테이크아웃 잔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건넸다. 어차피 서서 마실 거 일반 커피잔에 받을 걸.

이탈리아 로마 떼르미니 역 안에 있는 카페.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다. / 직접 촬영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정신이 번쩍 드는 맛이다. 우리가 익숙한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커피다. 당연히 에스프레소는 엄청 진하고 향이 강하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커피에 설탕을 타 마시지 않는데, 이탈리아에선 에스프레소에 작은 설탕 한 봉지를 뜯어 모조리 붓는다. 애초에 에스프레소 한 잔 으로 만들어진 양이라고 한다. 그러면 쓴 맛은 가시면서도 묵중 하게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블랙커피에 설탕 타 마시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에스프레소 한 잔의 가격은 얼마였을까? 1.3유로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800원쯤 된다. 매우 싸지 않은가? 하지만 상품 가격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주변의 한 카페. / 직접 촬영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베네치아에 도착하니 한창 오후였다. 호텔에 짐을 맡긴 뒤 아름다운 수상도시를 정처 없이 걸으며 감상했다. 몇 시간쯤 구경하니 다리도 아픈 데다 지중해 햇살이 너무 따가웠다. 어디선가 앉아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산 마르코 광장에서 바다가 보이는 쪽 카페에 앉았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과 라테를 한 잔 시켰다. 그럼 여기서 문제, 커피값은 모두 얼마였을까?


두 잔 합쳐 17유로, 한화로 2만 4000원이 넘었다. 유명 관광지인 데다 생수에 작은 쿠키까지 챙겨주긴 했지만 커피 두 잔 가격치곤 매우 비싸지 않은가? 이는 테이블 이용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카페 / 직접촬영

테이블 이용료가 붙는 건 정도의 차이일 뿐 어디서나 동일하다.


피렌체 카페 Scudieri의 야외 테이블은 매우 근사하다. 장엄한 피렌체 대성당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바로 코앞에 펼쳐져 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려면 에스프레소 한 잔에 4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한화 5600원 정도다. 반면 바에서 후루룩 마시고 갈 사람은 1.3유로만 내면 된다.


직원이 물었다. 테이블에 앉아 마시겠느냐고. 하지만 우리는 바를 택했다. 얼른 카페인을 충전하고 두 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대성당을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성당 앞에 있는 일리 카페와 로마 떼르미니역 근처 일리 카페 / 직접 촬영

무료로 테이블을 이용하고 싶다면 일리(illy) 카페로 가라


테이블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문화 때문인지 이탈리아에선 길거리나 공원에 털퍽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


돈은 없고 편한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며 잠시 쉬고 싶다면 어떡해야 하나? 일리있는 방법이 있다.


구글 맵에서 일리(illy) 카페를 찾아보자. 일리는 별도의 테이블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고 무한정 있기엔 눈치가 보인다. 커피를 다 마시면 아마 직원이 와서 잔을 슥 치워갈 것이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처럼 아메리카노 한 잔 사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지낼 수 있는 분위긴 아니다.


참고로 커피로 한 자존심 하는 이탈리아에서 미국 문화인 스타벅스 찾긴 쉽지 않다. 대도시 마다 두어곳 정도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탈리아에 여행 왔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벙커, 바르셀로나 청춘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