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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Jul 13. 2023

브라질에 축구도, 경제도 밀렸다

2022년 6월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는 참담했다. 5대 0.


전반 6분 히샬리송의 선취골 이후 24분 만에 황의조 선수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이후 네이마르의 멀티골에 쿠티뉴와 제주스의 폭격이 이어지면서 한국은 참패했다.


그런데 이번엔 경제다.


국제연합(UN)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각국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미 달러화로 환산해 비교한다. 


2022년 국가별 명목 GDP 순위가 알려졌는데, 2020년과 2021년 10위를 유지했던 한국은 3 계단 밀린 13위로 집계됐다.


2021년엔 한국이 10위, 러시아, 호주, 브라질이 각 11~13위였는데 2022년엔 러시아가 9위, 이탈리아 10위, 브라질 11위, 호주 12위로 재편된 것이다.


(직접 데이터를 보고 싶다면 → https://unstats.un.org/unsd/snaama/Basic) 


/한국은행

한국 경제가 특별히 죽을 쑨 걸까? 일단 표면적인 원인은 '강달러'에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2.9% 상승했다.


실제로 2022년 명목 GDP는 원화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반면 미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7.9% 감소해 버린다. 


하지만 전적으로 환율 탓만 할 순 없다.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강달러는 전 세계적인 현상임에도 한국의 순위가 뒤로 밀렸단 것은,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도 활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경기 불확실성에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혹한기를 맞은 탓이 크다. 이는 역대급 무역적자로 이어졌다. 


국제 거래에서 적자가 났다는 뜻은 나라 안으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유출되는 외환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 달러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되고,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달러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무역적자가 지속된다면 해외 투자자들은 과연 한국에 지갑을 열까? 역시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 호주가 선방한 이유는 풍부한 자원 덕분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 그러면서 석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값이 폭등했다.


한국 같은 제조업 국가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물건을 생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니까. 하지만 자원을 수출하는 나라로선 돈 벌 기회가 된다.


세계 경제 순위가 떨어지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당분간 10위 탈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반도체 혹한기 여파가 크다. 한국은행이 반도체 업황을 제외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산했더니 1.8%이란 수치가 나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반도체 이외에도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종의 부침에 따라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창용 총재/직접 촬영


한편 GDP 순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바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다.


이 총재는 "국가 간 GDP를 금메달 따듯이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단기적 순위는 환율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이 총재는 "고령화, 저출산으로 기업 경쟁력이 많이 둔화될 걸 고려하면 불가피하게 경제 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라고 했다. 


고령화 저출산은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일단 노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생산성이 줄어든다. 그리고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항목 증가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 소비 지출도 감소한다. 고령층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상대적으로 적게 쓰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저출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저 예견된 미래로 치부하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일침 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긴 한데, 중앙은행 총재 입을 통해 들으니 좀 어색하긴 하다. 임기 이후에 더 큰 목표가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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