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영 Oct 20. 2023

한은 총재의 경고 "빚내서 집 사지 마세요"

2023년 10월 금융통화위원회

2023년 10월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6번째 동결했다.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가계부채 증가세,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다른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만큼 이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래서 기자간담회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그에게 물었다.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079조8000억원에 달한다. 보통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적정성을 논하는데,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가량인 것으로 보인다. 100% 이하로 떨어트려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Q. 현재 기준금리 수준과 유지하고 있는 기간이 가계부채를 부실화하지 않으면서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을 하시는지, 아니면 통화정책에 더해 어떤 정부의 정책이 고려돼서 결정된 수준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한 총재의 답변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이론상 금리로 가계부채를 조정할 순 있지만 그러려면 금리를 엄청 많이 올려야 한다. 이 경우 다른 경제 부문이 고금리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데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다. 즉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부동산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데,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펼쳐선 안 된다.

현재 가계부채는 미시적 조정(정부 정책 등)으로 해결을 시도해 보고 그래도 정 안 될 경우엔 금리를 통한 거시적 조정을 해볼 순 있지만,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

다만 한은이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줄로 요약해 보자면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가 할 일이지 통화당국의 임무는 아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정도는 역할을 할 것이다'이다. 꽤나 소극적인 스탠스였다. 흠

그런데 그다음 질문에선 총재의 어조가 강해진다. 한 기자가 "고금리 통화정책 때문에 건설사들이 새집을 짓지 않으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 결국 나중에 집값이 더 오를 거란 지적이 있다"라고 물었다.


총재는 부동산 가격 예측은 본인의 분야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그런데 갑자기 눈빛이 진지해지더니 궁서체로 바뀐다. 

A. 자기 돈이 아닌 레버리지(대출)를 내서 집을 사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면 그 점에 대해선 제가 경고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사고 금방 팔아서 자본이득(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앞의 답변의 연장선이다. 집값을 낮추는 건 통화당국의 역할이 아니지만, 집값이 오르도록 놔두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통제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면서도 왜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것일까? 중앙은행 수장의 말엔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다. 


중앙은행은 시중의 통화량과 금리 수준을 결정할 권한을 갖기 때문에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총재가 금리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를 장시간 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경제 주체들의 기대심리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한은 총재가 저렇게 강하게 말하는데 진짜 집 대출받아 사면 안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실제로도 한동안 금리가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엄포를 놓는 것에 더해,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다음에 또 질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까지 더 공부해서 질문해야겠다.

이전 09화 이혼도 불사하게 한 중국 부동산 사랑에 종언을 고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