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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Oct 22. 2023

미국 국채가 전 세계를 흔드는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지원을 하겠다며 의회에 1050억달러(한화 약 143조원)의 안보예산을 요청했다. 이 소식이 발표되자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그간 증시는 이래저래 출렁여 왔지만, 이번엔 뭔가 심상치 않다. 아마 다음주 월요일 국내 증시도 요동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안보예산을 늘리는 것이 금융시장에 무슨 영향이길래 이 난리인가?


그만한 재정을 국채를 발행해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국채 공급이 늘면 국채 가격은 내려간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표면금리는 올라간다.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4%짜리 채권이 널린 상황에서 당신이 채권을 팔아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제걸 사면 이자를 4.5%까지 쳐드릴게요!"라고 금리를 더 올려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 공급이 늘면 금리가 올라간다.

미국 전쟁 지원 확대→국채 발행해 재정 충당→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

그런데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세계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기준점) 역할을 한다. 초우량 국가인 미국이 발행하는 채권인만큼 돈을 쭉쭉 빨아들인다. 그보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채권들로서는 금리를 높여 미 국채와 경쟁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다른 시장금리도 따라 오른다.


이때 채권을 발행해 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 입장에선 금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훨씬 높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커진 조달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린다. 결국 돈가뭄이 심화되고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고객이나 새로 돈을 융통해야 하는 서민들은 고통이 심해진다.

미 국채금리 상승→시장금리 상승→자금조달비용 증가→돈가뭄 심화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을 더 오래 더 높이 끌고 갈 거란 시장의 전망도 국채 금리를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5.50%다. 향후 5.75%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 지금 10년물 짜리 국채를 사면 손해가 아닐까? 조금만 기다리면 금리가 더 오를 텐데 말이다. 이 때문에 긴축 전망이 강해질수록 국채 금리가 오른다.


실제로 최근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인베스팅닷컴 화면 갈무리

결국 미 국채 금리가 높으면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채권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이 주식에서 돈을 빼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 국채금리 고공행진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주식시장은 때때로 기술적 반등을 할진 모르겠지만, 추세적 상승은 요원해 보인다. 또한 섣불리 저가매수 타이밍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고금리 효과가 누적되면서 기업의 실적을 심연으로 끌고 내려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금 비중을 늘리되 만기가 짧은 예적금이나 채권으로 자산을 지키는 것이 좋아 보인다.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면 현금을 나눠 주기적으로 분할매수로 대응해야 한다. 몰빵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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