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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Oct 22. 2023

새마을금고는 '과장된 위기'였을까

2004년 참여정부 당시 '경제 위기론'이 부상하자 故 노무현 대통령은 "과장된 위기가 진짜 위기를 부른다"라고 대꾸했다. 과도한 위기감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실제론 멀쩡한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자본시장 구성원들이 다들 똑똑하고 합리적인 것 같아도, 인공지능(AI)과 달리 심리전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한낱 유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새마을금고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위기 당시 행정안전부나 금융당국의 대응도 똑같았다. 각 부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불안 심리에 따른 예금 해지만 하지 않는다면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며 같은 내용의 브리핑을 열었고, 행정안전부 차관과 금융위원장은 새마을금고에 몸소 수천만 원을 예치하는 본보기까지 보였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조치였다고 생각하지만 위기감을 달래는 것과 별개로 썩은 고름은 도려내야 옳다. 그리고 환부의 실체가 최근 드러났다.


새마을금고 뱅크런을 촉발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의 600억원 부실 대출과 관련해 담당 직원과 건설업자가 10월 18일 구속됐다. 직원 A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건설업자 B씨는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다.


이야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가평에서 전원주택단지를 건설할 꿈을 꿨다. 그러려면 건설자금이 필요했다. 부동산 소유주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B씨는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B씨는 문제가 된 금고의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대출 담당 직원 A씨에게 금품 등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포착했다.


이를 통해 B씨는 기성고대출 600억원이 나오도록 이끌어냈다. 담보가치 200억원의 3배나 되는 거액이다. 그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기성고대출은 공사 단계에 따라 이뤄지는 대출인데, 공정률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공사가 진행된 것처럼 꾸민 것이다. 그리고 A씨는 이를 눈감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과연 이런 부절한 대출이 새마을금고에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 금융권은 지난 10년간의 초저금리 시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남발해 왔다. 어설프게 대출을 내주더라도 괜찮았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너무 좋다 보니 금세 돈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처럼. 금융권은 부동산 PF로 쏠쏠하게 재미를 면서 돈잔치를 벌였고,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고금리가 시장을 강타할 줄은 몰랐을 거다. 금리가 치솟으며 자본시장에 돈이 안 돌자 부동산 업계가 얼어붙었다. 게다가 고물가로 공사비용까지 치솟았다. 사업성이 부실한 부동산 PF 사업장들은 판판히 깨지고 있다. 


그 중 중대 위기로 번질 뻔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사건인 것이다. 결국 해당 금고는 자력으로 살아남지 못하고 2023년 흡수합병되고 말았다. 이는 금고 한 곳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전체가 뿌리째 흔들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안함을 느낀 고객들의 뱅크런이 이어졌고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진화에 나섰다.


'안심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의 우리 고객들은 잘 따라주었다. 그 결과 새마을금고정한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아직 운 좋게 터지지 않았을 뿐 벼랑끝에 선 금융기관이 더러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탐욕과 그에 따른 몰락에 화를 입는 건 결국 국민이다. 금융기관을 살리는 데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도록 하라. 정부가 환부를 제대로 치료했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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