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기당한 노인
거품이 낀 시기엔 사기꾼들이 판친다
"요새 비트코인이란 걸로 돈을 많이 번다는데, 해보려고 해도 영 복잡해서 말이지"
"어렵지 않어~ 내가 예전에 주식 투자를 좀 했는데, 그거랑 똑같아"
2018년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머리가 희끗한 노인 두 명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데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비트코인을 거래한다니 꽤나 선구적인 어르신이라고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사건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전전하던 중 나이 일흔 중반의 민원인 A씨를 만났다. A씨는 비트코인으로 사기를 당했다며 고소를 하러 왔다. 어르신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비트코인 투자로 사기를 당한 70대 노인이라니, 기삿거리다 싶었다. 나는 A씨가 조사받고 나오길 기다려 얘기를 청했다.
A씨는 모 교회의 권사로, 어느 날 같은 교회 집사인 B씨가 자신에게 접근했다. B씨는 자신에게 돈을 주면 비트코인 지갑을 대신 만들어주겠다며 A씨로부터 1억원을 받아갔다. B씨는 비트코인 지갑이 보안 유지가 철저할 뿐만 아니라 다달이 비트코인 이자가 붙는다며 A씨를 속였다. 하지만 실제 투자된 것은 없고 B씨가 돈을 꿀꺽했을 뿐이다.
신종 사기를 알리는 차원에서 공익적으로 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A씨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나이 먹고 욕심부리는 것처럼 비칠까 봐, 그리고 사기당한 것이 부끄러워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는 커녕 경찰서 가기도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사기를 당했단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A씨와 대화해 보니 비트코인에 관심 많은 노인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인들도 언론보도나 '누가 얼마 만에 부자가 됐다'는 등 주변 소문을 통해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개념이나 거래 방법이 복잡하다 보니 직접 나서지는 못했다.
사기꾼들은 이를 악용했다. 대신 투자해 주겠다면서 노인들로부터 돈만 받아갔다.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갖가지 어려운 개념을 대며 돈 돌려주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노인들은 돈을 잃고도 남부끄러워 피해 사실을 자식들이나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2019년엔 한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가 '탄소 감축 코인'이란 것을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했다. 가상화폐와 탄소 감축을 어떻게 연결 짓는다는 것인지, 이름만 봐도 의심 가는 코인이었다. 하지만 80대 노인 C씨는 업체의 홍보에 혹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집과 토지 보상금까지 몽땅 회사에 투자했다. 자그마치 50억원이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코인 가격은 곤두박질쳤고, 투자금 50억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했다. C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C씨뿐만 아니었다. 그 동네 어르신들이 같은 업체에 크고 작은 돈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역사적으로 자산에 거품이 끼면 사기꾼들이 판친다. 1920년대 미국에서 투기 광풍이 불자 카를로 폰지(Carlo Ponzi)라는 금융사기꾼이 등장했다. 흔히 말하는 '폰지 사기'의 그 폰지가 맞다.
돌이켜보면 2021년 까지 증시와 가상자산,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 사기꾼들이 들끓었다. 얼마나 사기가 흔했으면 평범한 수법은 기삿거리가 안 된다며 '킬(기사를 안 쓰는 것을 말한다)' 될 정도였다.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금융이나 디지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장년층이었다.
지금은 금리가 높아서 자산 거품이 꺼진 데다 투자가 얼어붙은 혹한기라 사기꾼들이 설 자리가 좁다. 하지만 금리는 언젠가 하락하고 자본시장은 다시 호황을 맞을 텐데, 그때 사기꾼들은 기지개를 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