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을수록 눈물만 많아져

ㅠㅠ

by 김선비


(6) 【TVPP】Jeong Jun Ha - A Story of a Tall Old Bachelor, 정준하 - 키 큰 노총각 이야기 @ Infinite Challenge - YouTube


그댈 만난 나는 행복한 남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남자.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에서 정준하가 불렀던 "키 큰 노총각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났다. 저 꾸밈 없고 솔직한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다. 살아오는 동안 사랑은 늘 어려웠다. 다가오면 부담스럽다고 달아났고, 다가가지 않으면 다른 놈이 채갔다. 여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제대로 못 배웠는데 여자의 마음을 떠나가게 만드는 방법은 너무 많이 배웠다.


그래서 저 노랫말에 눈물이 났다. 저렇게 숨기거나 덧붙이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도 부담스럽다며 도망가지 않을 사람, 내 마음에 질려하고 나를 가벼이 생각하지 않을 사람을 언젠가 나도 만나게 될까,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까, 싶어서 그랬다.


20대 때 내가 마지막으로 운 건 29살 때였다. 강남역 11번 출구 앞 베스킨라빈스에서 과거에 만나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울었다. 그 직전에는 22살때였다. 이등병 시절 군대에서 갈굼을 먹고 집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울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14살때였다. 친구들로부터 외모에 대한 놀림을 당하고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그런데 29살 이후로는 그전보다 훨씬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군대도 갔다 왔고, 사회 생활하면서 욕도 많이 먹어봤는데, 이제 무뎌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울 일은 점점 많아진다.


산다는 건 가로세로 낱말 퍼즐을 푸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 처음 퍼즐을 풀 때는 어렵지만 한 문제 두 문제 답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 답들이 주변의 다른 문제들을 풀 수 있게 해주는 힌트가 된다. 그래서 점점 문제를 쉽게 풀 수 있게 된다.


나이를 먹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살다보면 많은 일들을 겪게 되고 그 기억들은 어떤 형태로든 나의 몸과 마음에 남는다. 그것들은 남을 함부로 판단하게 만드는 편견이 되기도 하고,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게 해주는 삶의 지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말을 안 듣는 꼰대가 되기도 하고, 어릴 때는 능숙히 대처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노련하게 해결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나를 더 여리고 말랑말랑하게 만들기도 한다. 분명 별것도 아닌 일인데, 그렇게 슬픈 노래도 아니고 그렇게 따뜻한 배려도 아닌 것들이 내 마음을 건드리게 된다. 그래서 나이 먹으면 눈물이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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