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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썼던 글들 요약
1)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brunch.co.kr)
→ 좋은 글이란 이해하기 쉬운 글이다.
2) 4K UHD로 써야 한다. (brunch.co.kr)
→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면 글쓴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3) 쓰지 않고는 못 버티겠을 때 써라. (brunch.co.kr)
→ 명확한 메시지를 가진 글을 쓰려면 정말 자신이 쓰고 싶은 것에 대해 써야 한다.
앞서 나는 좋은 글이란 곧 이해하기 쉬운 글이며,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면 글쓴이가 그 글을 통해 표현하려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정말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그런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SNS 감성글 쓰는 놈들이 쓰레기인 이유 (brunch.co.kr)
이 글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나는 예전부터 SNS에 예쁜 글들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공개된 곳에 글로 쓰는 건 부담되는 일이다. 그들이, 혹은 그들의 글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한다. 욕을 먹고 싶지 않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근거를 대면 된다. 그래서 나는 SNS 감성글 쓰는 인플루언서들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써보겠다고 결심했다.
1. 생각나는 걸 다 쓴다.
첫 번째 단계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해지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자신의 치부일지라도, 반사회적인 생각일지라도 일단 써야 한다. 어차피 이 단계는 개요일 뿐이고,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건 개요가 아닌 완성된 글이다. 내가 개요를 어떻게 짰건 사람들은 알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생각나는 모든 걸 써야 한다. 그걸 사람들 눈 앞에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글의 형태로 다듬는 건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내가 SNS에 감성글 쓰는 인플루언서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2)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한다.
3)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4) 그런데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한다.
5) 그들이 상위 1%의 남자가 아니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6) 매우 높은 확률로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문장 순서를 바꾸거나 접속사를 넣는다.
위에 늘어놓은 생각들은 글의 개요를 짜기 위한 날것의 생각들이다. 건축물로 따진다면 골조를 만들기 위한 철이다. 하지만 철만 있다고 골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철을 골조의 형태로 주조해내고, 필요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술자리에서 하는 두서 없는 대화라면 저것으로도 충분하다. 저렇게만 해도 내가 SNS 감성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생각에는 순서가 없지만 글에는 순서가 있다. '만감이 교차한다'라는 말처럼 생각은 한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지만 글은 한 단어씩 쓰고 한 단어씩 읽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순서가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그것을 해야 한다. 저 두서없는 생각들에 순서를 부여해야 한다.
그것을 하기 위한 게 순서와 접속사다. 1)에서 나는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덩어리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도 저들을 가식덩어리들이라고 생각했더라면 저들은 애초에 인플루언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를 대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SNS인플루언서들의 감성글을 싫어하게 만들 수 있다.
2)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한다. 는 그 근거의 역할을 한다. 가식적이라는 건 앞뒤가 다르다는 뜻이다. 만약 SNS인플루언서들이 앞에서는 여자들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뒤에서는 딴 생각들을 하고 있다면 그들은 앞과 뒤가 다른, 가식적인 인간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접속사 "왜냐하면"이 들어가야 한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2)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설득력이 부족하다. 2)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한다. 라는 문장에서 증명해야 할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저들이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한다. 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저들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그런데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한다. 는 첫 번째에 대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사랑이 아름답다는 건 여자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예쁜 말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예를 들어"라는 접속사를 사용할 수 있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2)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4) 예를 들어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다음으로는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를 증명해야 한다. 이건 첫 번째인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한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인플루언서들이 정말 그렇게 예쁜 내면과 예쁜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들의 팔로워가 저렇게 많고, 저들이 낸 책이 저렇게 잘 팔릴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나는 인플루언서들이 실제로는 그렇게 예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까발려야 한다.
3)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는 그 근거다.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이 아름답지 않다면 그들은 자연히 연애에 대해 아름답지 못한 생각들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생각들은 그들의 말과 글에 자연히 표출될 것이다. 내가 쓰는 글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저들은 그렇지 않다. 모든 글들이 너무 예쁘다. 따라서 보편적인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나는 저들이 실제로는 더럽고 삐뚤어진 생각들을 갖고 있으면서 여자들한테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여기서 3)은 4)와는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이라는 접속사를 써야 한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2)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4) 예를 들어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3) 하지만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5) 그들이 상위 1%의 남자가 아니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는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반박이다. 나는 4)에서 남자들이 겪는 연애란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반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네가 돈 없고 못 생기고 매력없어서 그런 건데? 멀쩡한 남자들은 다 잘만 만나던데?" 너무 가혹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여자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있다. 여자들이 생각하는 "멀쩡한 남자"란 넉넉 잡고 상위 10%의 남자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글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2)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4) 예를 들어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3) 하지만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5) 물론 상위 1%의 남자라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불가능하다.
6) 매우 높은 확률로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는 결론이다. 상위 1%에 해당하지 않는, 99%의 평범한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걸 증명해낸다면, 저들은 99%의 확률로 실제로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2)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4) 예를 들어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3) 하지만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5) 물론 상위 1%의 남자라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불가능하다.
6) 매우 높은 확률로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각 문단을 마찬가지 방법으로 쓴다.
이제 골조가 완성되었다. 다음으로는 콘크리트를 바르면 된다. 1~2의 방법을 각 문단에 적용하면 된다. 1) 각 문단에 대해 필터링 없는 날것의 생각들을 나열하고, 2) 그 생각들에 접속사를 붙이고 문장의 순서를 바꿔서 각 문단의 중심 생각들을 증명해내면 된다. 이런 형태가 될 것이다.
1) 감성글을 쓰는 SNS 인플루언서들은 가식적이다.
→ SNS에는 감성글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너는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느니, 너의 모든 걸 사랑해주지 않는 남자는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족속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자들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 분명 그들은 예쁜 말들을 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 예쁜 말에 구독를 누르고, 그들의 책을 산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은 실제로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들은 여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4) 예를 들어 저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 너는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오직 너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3) 하지만 남자들이 겪는 연애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 하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란 없다. 돈을 벌건 몸을 키우건 화술을 익히건 뭐라도 해야 한다. 실제로 남자가 해바라기 같이 자기만 바라보면 여자들은 질려서 달아나버린다.
5) 물론 상위 1%의 남자라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불가능하다.
→ 사랑의 근원은 성욕이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구애를 한다. 그리고 절실한 쪽은 늘 약자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애에서 여자보다 약자다.
6) 매우 높은 확률로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 1% 남자라면 모르겠지만, 대다수 평범한 남자들에게 연애란 구질구질한 일이다. 한 여자만을 진득하게 바라봐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10명 쯤 찔러봐서 하나 얻어걸리길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저렇게 예쁜 말을 하는 놈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상위 1%이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써놓고 보니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제일 난해한 것 같다. 그래도 연습하다보면 모두 각자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이렇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