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고는 못 버티겠을 때 써라.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by 김선비

글을 쓴지 만으로 8년이 넘었다. 그 동안 수백 편의 글을 썼다. 어쩌면 천 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는 욕을 많이 먹은 글들도 있었다. 욕을 먹을 법 했지만 읽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운 좋게 넘어간 글도 있었다. 김제동이 우울한 이유는 여자한테 인기가 없어서라고 했던 글도 있었고, 이태원 참사는 인싸들의 죽음이라 아싸인 나로서는 별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했던 글도 있었고, 나는 솔로 13기는 진정성이 없었다는 글도 있었다.


이런 글들을 쓴 걸 보면 내가 호전적이고 논쟁을 즐기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내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 언성을 높이고 몰아세우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버리는 타입이다. 특히 이성 관계 등 스스로 약점이라 생각하는 곳을 건들면 더 그렇다. 나는 타인의 말에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고,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논쟁적인 글을 쓰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어서다. 나도 바보가 아니다. 어떤 글에 사람들의 발작 버튼이 눌리는지, 어떤 글을 쓰면 사람들이 죽자고 달려드는지 다 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런 것들을 피하려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조금 덜 자극적인 소재에 담아보려 한다.


최근에 올린 나는 솔로 13기 상철의 학폭 논란에 대한 글(상철은 학폭 가해자인가 (brunch.co.kr))이 대표적이다. 그가 학폭을 정말로 저지르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인내심없고 발끈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학폭 논란이 생길만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의 비평이다. 하지만 나는 전 출연자다. 시청자들의 억측과 오해들로 나도 힘들어해본 적이 있고, 특히나 같은 출연자로서 언젠가 마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직접적으로 그를 언급하기엔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애둘러서 썼다. 신입 사원 때 선배들이 나에 대해서 가졌었던 여러 가지 선입견들, 그로 인한 뜬소문들(아니 뗀 굴뚝에 연기 안난다. (brunch.co.kr))에 대해 썼다. 나와 상철, 선배들과 시청자들, 나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과 학폭 논란. 사람만 바뀌었고 내용은 똑같다. 결국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거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들었다. 그건 내가 쓰고 싶던 글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쓰고 말았다. 상철의 학폭 논란에 대한 글을.


항상 그랬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표하는 건 늘 부담스러운 일이엇다. 그래서 그 주제를 우회해서 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늘 돌아왔다. 논란을 피해서 억지로 쓴 글은 늘 별로였다. 독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나 적어도 글을 쓴 내가 보기엔 만족스럽지 않았다.


앞서 나는 글쓴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쓰려면 글을 쓰는 우리의 생각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대해 명쾌한 생각을 갖고 명쾌하게 표현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글에 담긴 생각이 명쾌하면 그 생각을 비평하거나 반박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을 어렵게 쓴다. 아무도 비평하거나 반박할 수 없는, 그 대신 이해할 수도 없는 글을 쓴다. 하지만 그런 글에는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글은 먹을 수 없는 음식, 굴러가지 않는 자동차, 사람이 살 수 없는 집과 같다.


그러니까 확실한 걸 써야 한다. 남들이 좋아할 법한, 있어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내 안에서 솟구쳐올라오는, 도저히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만 같은 것들에 대해 써야 한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흔들림없고 명쾌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걸 그대로 옮기면 된다. 물론 욕을 먹고 반박 댓글이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아무에게도 욕을 먹지 않을 글을 쓰느니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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