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출연자의 회고
나는 솔로 출연 후 1년 반이 지났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책도 썼고, 칼럼니스트가 되기도 했고, 이직도 두 번이나 했다. 공중파에 나간 적도 있고,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도 몇 번 출연했다. 아직도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연예인으로 통하며, 영철은 정말 그런 사람이냐, 제작진이 심어놓은 연기자인 건 아니냐, 하는 질문을 수십 번은 받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출연이 본연의 목적인 연애와 결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솔로에 나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삶의 동반자가 생기는 일이다. 결혼 전에는 혼자 걷던 길을 둘이 가야 한다. 아이가 생기면 셋, 넷이 된다. 그러니까 서로 양보해야 한다. 고집을 꺾어야 할 때도 있고, 습관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사고 싶은 걸 사지 못하게,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변수를 줄여야 한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 자기만의 독특함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없어야 가족이 하고 싶은 걸 우선시할 수 있다. 모난 돌은 정 맞게 마련이다.
그런데 방송에 나가면 오히려 변수가 더 많아진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걸 계속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어려운 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방송 출연자라는 직함을 떼고 나면 우리는 2호선 지하철에 구겨져있는 수만 명 엑스트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배경과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을 나의 준거 집단으로 삼게 된다. 더 많은 돈을 벌길,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길 꿈꾸게 된다. 그러려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이 되려면 리스크를 져서는 안 된다. 내가 가진 자원들은 내가 아니라 내 자식의 성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 나가본 사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봤고, 더 넓은 세상에 나가본 사람이라는 건 결혼 상대로서 썩 좋은 조건이 아니다.
물론 눈 딱 감고 모든 걸 끊으면 된다. 다른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서 섭외가 들어오더라도 그냥 무시하면 되고, 다른 출연자들과도 연락을 끊으면 된다. SNS도 지우고 내가 나간 다음 기수부터 방송도 안 보면 된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 주변 친구들이 출연 이후 근황이나 방송 뒷 이야기를 물어보고,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출연진들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끊기가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나는 솔로에 나가는 건 결혼을 위해서라면 썩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냥 선을 보거나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