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이 지난 출연 후기
얼마전에 출연자 단톡방을 나갔다. 누군가와 다툼이 있었다거나, 누군가가 꼴보기도 싫다거 하는 건 아니고, 나 스스로가 아직도 연예인병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을 때는 그런 모임에 속해 있는 게 좋다.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이다. 그 사회복지공무원분이랑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냐, 방송에서 커플이 되길 바랐는데 아쉬웠다, 하는 얘기를 들으면 좋다. 내가 중요한 사람, 관심가질 만한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 관심은 얼마 가지 않는다. 다음 기수가 나오고, '정수'라는 이름을 다른 누군가가 물려받으면(심지어 지금은 정수라는 이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놀랍도록 빠르게 잊힌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쯤 4기 이야기를 꺼낸다면 사람들은 "아.. 4기요? 4기는 안 봤는데 ㅠㅠ", "아! 707베이비 영철은 알아요!" 하는 반응 밖엔 안 나온다.
그게 문제다. 차라리 방송에 나간 적이 없으면 괜찮다. 나는 내향적이고 친구도 별로 없고 집 밖에도 잘 안 돌아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기가 별로 없다. 늘 관심의 밖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니 관심을 못 받아도 딱히 억울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 관심을 받아보면 다르다. 마치 내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내가 잘생기고 매력있고 재밌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방송에 나갔던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뿐인데, 그걸 잊게 된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 누군가가 협찬 게시물을 올릴 때, 누군가가 팔로워 몇 만을 찍었을 때, 누군가가 어느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 나간 걸 볼 때 질투심이 난다. 애초에 내것이 아니었던 건데, 저들이 누리고 있는 것도 온전히 저들의 것이 아닌데, 지나간 것일 뿐인데 마치 내 것을 뺏긴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그걸 되찾아오려 한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 지나간 기수는 잊혀지기 때문에, 나는 솔로 출연자 '정수'가 아니라 인간 '김현민'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래서 무리수를 두게 된다. 누군가와 언팔을 했다가, 다시 팔로우를 했다가, 사진에 누군가는 태그는 했다가, 안 했다가, 그거에 대해 해명문을 썼다가, 지웠다가, 별 짓을 다한다. 그러다보면 흑역사를 양산해내게 된다.
그래서 나갔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경험일 뿐, 다른 출연자들은 모두 현생 잘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사견으로 봤을 때는, 방송에 나가면 연예인병에 걸리는 게 맞다. 그리고 그 병은 생각보다 만성적이다. 완치가 오래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