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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un 04. 2023

멋진 사람과 멋진 남자

결혼정보회사 썰 EP.3

소개팅녀1(34세 / 손해사정사)에게 내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출간 작가이며, 인터넷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 게 관심사라고 했다. 독서 인구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그래서 출판 시장이 얼마나 힘든지, 특히 나 같은 일반인이 쓴 책이 많이 팔릴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두 번째 책은 그렇게 묻히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유튜브도 하고 글도 쓴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멋지다고 했다. 자기는 특별히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어서 회사 일을 하는 시간 이외에는 그냥 누워서 쉬거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처럼 명확한 꿈과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사람이 부럽다고 했다.


좋은 시그널인줄 알았다. 멋있다지 않는가. 나 같은 사람이 부럽다지 않는가. 그건 내 가치를 인정한 것 아닌가. 여자는 그냥 되는대로, 남들처럼 사는 남자보다 자기만의 비전과 세계관이 있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지 않는가.


그런데 잘 안 됐다. 늘 그렇듯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패해놓고 보니 혹시 이 대화도 잘못되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녀가 했던 말 자체가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멋있다는 것도, 부럽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연애, 나아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건 다른 문제다. 배우 허성태는 대기업에서 과장까지 지내다가 돌연 사표를 내고 배우에 도전해서 성공했다. 멋진 사람이다. 그리고 부러운 사람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렇게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모든 걸 걸어보길 꿈꾼다. 하지만 자기 남자친구가 그런 선택을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쌍수들고 반대할 것이다.


그런 것 같다. 연애나 결혼은 멋있는 사람, 동경이 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맞는 사람과 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주말에는 그냥 누워서 잠만 자는 사람이라면 옆에 같이 누워서 잘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이다. 주말에 여가 시간 쪼개가며 자기 꿈에 정진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멋있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왠지 그 사람에 비해 내가 한심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내 애인 혹은 아내가 될 사람이 자기 목표를 갖고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딱히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막상 내 곁에서 매일 함께 지내는 사람이 매일 잠만 자고 무기력하게 지낸다면 그런 모습을 좋게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 역시 나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다. 이번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 게 서로에게 이로운 결과였던 것이다.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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