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잘 봤냐? 취직은 했어? 장가는 갔고?

꼰대들을 위한 변론

by 김선비

아이고, 부장님~! 오늘따라 신수가 훤하십니다! 자제분께서 이번에 외고에 들어갔다면서요? 역시 부장님 닮아서 아주 그냥 출중하십니다! 하하하하핳


인싸, 사교성 좋은 사람,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 하면 보통 이런 사람을 떠올린다. 윗사람들 비위를 잘 맞춰주는 사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사람.


그런데 실제로 지켜보면 다르다. 회식자리에서 부장님이나 상무님을 둘러싸고 술잔을 따라주고 있는 건 대체로 제일 재미가 없고 사교적이지 않은 직원들이다. 인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동년배 청춘 남녀들끼리 둘러 앉아서 요즘 넷플릭스에서 제일 핫한 드라마, 여름 휴가철 제일 핫한 여행지, 제일 핫한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다.


그들은 외로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소유한 재화가 1개 늘어날 때마다 그 재화가 가져다주는 효용은 감소한다. 아이스크림 1개를 먹으면 맛있지만 두 개를 먹으면 처음만 못하고, 세 개를 먹으면 질린다. 네 개부터는 구역질이 난다. 인생사가 그렇다. 에르메스 명품백이나 포르쉐 슈퍼카도, 압구정 현대 아파트나 한남 더힐도, 간절히 바라왔던 누군가의 마음조차도, 언젠가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질리고, 시들해진다.


관심이라는 것도 그렇다. 외로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관심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모른다. 그래서 양질의 관심과 저질의 관심을 구분하려든다. 젊고 핫하고 멋진 사람들로부터의 관심과 늙고 재미없고 고루한 사람들로부터의 관심. 그리고 후자의 관심은 배제한다. 뭐 이상한 건 아니다. 잘못된 것도 아니고. 오성호텔급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정크푸드를 먹을 이유는 없지.


하지만 외로움을 아는 사람들은 다르다. 10년 동안 연락한 번 없던 친구가 보내온 모바일 청첩장도, "취직은 했냐? 장가는? 아직도 못갔어?"하는 명절날 친척 어른들의 꼰대같은 인삿말도, 다 반갑다. 청첩장 링크를 전송하기 전에 고민했을 시간이 고맙고, 민망함을 무릅쓰고 먼저 인사를 건내준 마음이 반갑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현실에 짓눌려 살다보니 직장이나 결혼 같은 상투적인 이야기 말고는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인사는 해야겠고, 하는 마음이 애잔하다.


그게 보인다. 외로워보니 또 다른 외로움들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인사를 건낼만큼 살갑지는 못하더라도 용기 내어 어색한 인사를 건내온 이들을 민망하게 만들지는 말아야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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