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너였다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미친 날들이 네 하루가 되면 말야
너도 나만큼 혼자 부서져 본다면 알게 될까
가슴이 터질 듯 날 가득 채운 통증과
얼마나 너를 원하고 있는지
내가 너라면 그냥 날 사랑할 텐데.
- 정승환 [너였다면]
하지만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다. 헤어졌다. 언제나 그랬듯 사랑은 떠났다.
그런데 이번엔 네가 아니라 내가 떠났다. 네가 나에게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배경, 외모, 성격 모두 내 기준에서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랑을 해봤고 그 사랑을 잃어봤다. 노랫말에 나오는 것과 같은 가슴이 터질 듯 날 가득 채우는 통증, 그리고 그 통증을 견디고서라도 너를 갖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그 아픔을 되돌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가 부족하고 어설픈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나도 내 모든 걸 걸어서 그 사람을 사랑해줘야지 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사랑을 받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사랑을 받으니 사랑이 쉬워보였고, 그 사랑을 주는 사람이 쉬워 보였다. 나 정도면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스멀 스멀 올라왔다.
마음을 잡으려 애썼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놈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내게 먼저 다가와주고 표현해준 일은 평생에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주제 파악을 해야 한다. 지금을 소중히 해야 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열심히 연락을 주고 받고, 열심히 데이트를 하고, 열심히 사랑의 언어들을 속삭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열심히’였다. 의지였지 본능이 아니었다. 본능을 거스르기에 의지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그러자 그전까지 내가 사랑했던 여자들이 나에게 했던,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을 똑같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연락하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답장의 간격이 늘어났다. 몸은 같이 있으면서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 차마 내 입으로 그렇다고 말할 용기도 없어서 슬금슬금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나는 너 사랑 안 한다. 상처받기 싫으면 떠나라.
그래서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