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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회사 헬스장에는 쭉쭉빵빵한 여자만 있는가?

싸구려 축구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본 헬스장 풍경

by 김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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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로 오고부터 본사 1층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고 있다. 넓지는 않지만 한 달에 만 원이고, 시설도 깨끗하다. 보통은 아침에 4~50분 정도 일찍 와서 후다닥 운동하고 올라가는데, 가끔 늑장을 피운 날에는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하러 가기도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남자들은 몸이 좋은 남자도 있지만 뚱뚱하거나 마른 남자들도 많은데, 여자들은 다들 몸매가 좋다. 피트니스 모델처럼 탄력적인 몸매를 지닌 여자들도 많고, 그 정도가 아니라면 최소 말랐다. 뚱뚱한 여자는 없다. 운동을 하는 곳인데 정작 운동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사람들은 없다.


일단, 여자 운동복은 예쁜 게 너무 많다. 남자들은 대학생 때 입던 싸구려 축구 반바지나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고 와도 되지만 여자들은 레깅스가 디폴트 값이다. 그리고 레깅스는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태가 확연히 달라진다. 몸매에 자신이 없다면 도저히 입을 수가 없는 옷이다. 물론 여자도 남자들처럼 찜질방 가운 같은 옷을 입고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입는 건 자기 몸매가 썩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다르다. 마른 남자나 뚱뚱한 남자가 매일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 센터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무슨 생각은 무슨 생각? 아무 생각도 안 할 것이다. 그냥 왔구나, 할 것이다. 이상한 건 아니다. 뚱뚱하거나 마른 사람들이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러 헬스장에 오는 건 전혀 놀라울 게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헬스장은 몸을 만들러 오는 곳이지 자랑하러 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는 어떨까? 뚱뚱한 여자가 살 빼겠다고 런닝 머신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돼지라며, 더럽다며, 런닝 머신이 불쌍하다며 수군거릴 것이다. 옆에 레깅스를 입은 쭉쭉빵빵한 여자가 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면 한층 더 굴욕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그 시선을 견뎌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나야 좋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 말이다. 매일 아침 잠을 줄여가며 피트니스 센터에 나오게 만드는 이유 중 15% 정도는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여자들에게 몸매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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