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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시간, 그 이외의 것들

회사 생활 7년 차에 느끼는 것들 3

by 김선비

작년까지 영업을 하다 올해부터 마케팅으로 직무를 변경했다. 면접 볼 적에 마케팅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듣긴 했는데 정말 하게 될 줄, 그것도 올해일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오게 되었다.


직무를 바꾼지 얼마 안 됐다 보니, 예전보다 일이 잘 맞는지,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은지, 하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안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일단 개인 시간이 많이 줄었다. 영업은 밖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팀장이나 관리자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적당히 일하고 집에 갈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6시까지 채워서 일한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걸 보충할 만큼 연봉이 많이 늘진 않았다. 오히려 인센티브가 없어졌으니 덜 받게 된 것일수도 있다. 연봉+인센티브를 시간 단위로 환산한다면 아마 꽤나 많이 줄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더 일하고 돈은 비슷하게 받게 되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소속감인 것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의료기기 회사다. 하지만 나는 의료기기가 아닌 제약 영업을 해왔다. 말하자면 사이드 메뉴다. 그래서 상대적 중요도가 덜 하다.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실적 압박을 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편했다. 하지만 그만큼 소속감도 적었다.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했고, 동료로서 누구와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지도 불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확실해졌다. 마케팅 팀에서 마케팅을 하면 된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여기가 내 팀이고 이 사람들이 내 팀원들인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해보기 전에는 회사 생활에서 돈 이상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그런 생각을 더 하지 않게 되었다. 회사란 그저 내 시간과 돈을 바꾸는 곳일 뿐이며, 따라서 그 교환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회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꿈이나 자아 실현, 세상에 대한 기여, 뭐 그런 거창한 거창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의미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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