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7년차에 느끼는 것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구내 식당이 있다. 점심 식사도 할 수 있고, 야근을 하는 날에는 저녁 식사도 할 수 있다. 맛도 괜찮은 편이다. 물론 몇 만 원짜리 맛집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 5천 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음식을 밖에서 판다면 8~9천 원 정도까지는 낼 의향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스가 밍밍하다느니, 해물탕인데 해물이 없다느니, 또 제육볶음이냐느니 어떻게든 음식의 문제점을 찾아냈다.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했다. 전 직장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트렌드 코리아 20xx'의 저자인 김난도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는 꽤 만족스러웠다. 대중 강의를 많이해 본 분이셔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게 강의를 잘 이끌어주셨고, 내용도 나름 풍부하면서 무겁지도 않았다. 두어 시간 동안 일 안 하고 시간 떼울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잠만 자다 왔다느니, 일하기도 바쁜 시간에 뭐 이런 걸 하는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그런 것 같다. 회사가 제공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일단 불평불만을 해야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휴 숙박시설, 건강검진, 식대나 간식, 각종 교육이나 강연, 체육대회나 단합대회 등등의 것들에 대해 만족해하면 이 회사에 평생 뼈묻을 놈, 충실한 1급 노예, 문화생활 같은 것들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해서 뭘 모르는 놈 취급하는 것 같다. 속마음이야 어떻건 일단 겉으로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만족한다. 밥을 주는 것도 만족스럽고, 밥을 먹고 점심 시간 끝날 때까지 15~20분 정도 눈을 붙일 수 있는 것도 좋고, 1층 카페에서 커피를 1,200원에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헬스장이 만 원인 것도 좋고, 주차장이 넓은 것도 좋다. 물론 다 좋진 않다. 연봉이 썩 높진 않다는 점, 회사의 이름값이나 규모에 비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는 일들이 많다는 점 등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역시 나는 쿨하지 못한 사람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