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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는 일단 불편하다.

좋은 상사가 되는 법

by 김선비

지난 주부터 팀장님이 일주일째 해외 출장 중이다. 본부장님을 비롯하여 다른 부서 팀장님들도 대부분 같이 출장을 가서 모두 한가롭고 평화로운 한 주를 보내고 있다. 다들 점심 시간이면 팀장님 없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다고, 그냥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낄낄거린다.


팀장님이 뭘 딱히 잘못한 건 아니다. 7년째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팀장들을 봐왔지만 지금 팀장님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 일단 예민하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다. 회사일 자기가 다 하는 것마냥 핏발 세운 눈과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팀장들이 있다. 그런 팀장 밑에 있으면 나까지 예민해진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눈치만 살살 보게 되고, 업무상 도움을 청하거나 물어볼 일이 있어도 말 걸기도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면, 모르면 물어보라 하지 않았냐고, 네 임의대로 판단하지 말라고 길길이 날뛴다. 그런 팀장 밑에서 일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렇다고 대책없이 사람 좋은 웃음만 짓고 있는 타입도 아니다. 내가 어떤 의도로 이런 자료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최대한 인내심있게 듣고, 대체로 합리적이며 납득할 수 있는 피드백을 한다. 물론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언젠가 팀장이 되었을 때 지금 팀장님보다 잘 하기 어려울 거라는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팀장님은 대부분의 측면에서 좋은 사람, 좋은 상사에 속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팀장님이 있으면 뭔가 편하지 않다. 딱히 압박을 주지 않지만 압박을 받고, 웃고 떠들지 못하게 한 적이 없지만 웃고 떠들기에 조심스러워진다. 이유도 없고 예외도 없다. 좋은 사람이라도, 업무적으로 배울 점이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냥 공기 자체가 달라진다.


유튜브에서 오래 전 유행하던 개그콘서트의 "사랑의 가족" 레전드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 딸(옥동자)이 아빠(박준형)에게 "아빠, 저 내일 3 대 3 미팅을 하러 가요. 무슨 말을 하면 상대 남자애들이 좋아할까요?" 라고 묻자 아빠는 이렇게 답한다. "남자애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그럼 이렇게 말하렴. 저 일이 있어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팀원들에게 팀장도 그런 존재인 것 같다. 팀장 빼고 팀원들끼리 만든 단톡방이 어디에나 있는 건 그래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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