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애가
아주 작은 바람 불어도
나약하게 떠다니던 어린 마음 있었네.
햇볕 한 조각의 의미를
풀 한 포기의 의미를
흩날리는 꽃잎의 의미를 어찌 알 수 있으리.
그대의 마음 하나 알지 못하는 것을.
서쪽과 동쪽 끝에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은
서로 맞지 않은 신발을 신고 삐걱거리던 낮과
꽃잎 흔들어대던 비바람 몰아친 밤을 보낸 뒤
뽀얀 속살 어여쁜 열매 하나 맺어두었네.
우리를 막고 있던 커다란 바위 허물어지고
부드럽게
그러나 무엇보다 강하게 흐르는
맑은 냇물 이루리라.
몇 해 전 신랑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지었던 시입니다.
오늘처럼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종종 꺼내보곤 하지요.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것은
끊임없이 나의 밑바닥을 확인하고 또 끊임 없이 나의 연약함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어요.
때로는 부끄러워 쳐다보지 못 했고
때로는 화가 나서 쳐다보지 않았죠.
남편과는 내가 더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를 내세웠고
자식에게는 부모도 한낱 부족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만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시간들을 보냈네요.
사랑이 부족한 내게 누군가를 사랑하라는 명령은 대단한 결심과 각오로도 하기 힘든 것이었어요.
그래서 기도해요.
나를 버리고, 당신을 그리고 너를 더 사랑하게 해 달라고요.
잔잔할 것 같으면 찾아오는 풍랑 속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그렇게 어지럽고 혼란한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 건지 문득 궁금해져요.
고요한 매일을 꿈꾸지만, 거기엔 아주 작은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여인이 존재해요.
우린 아직도 그렇게 흔들릴 때가 많죠.
서로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 하면서 말이에요.
'서쪽과 동쪽 끝에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은' 이 부분은 처음의 시에서는
'고무신과 나막신으로 만나'였어요. 표현이 촌스러운 것 같아 수정을 하고서는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 시는 그게 제일 좋은 재료였는데, 그걸 왜 고쳤냐고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그 시를 읽으면 그 표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였는데
이도저도 아닌 시가 되었다고 말이죠~ㅎㅎ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의 표현으로 되돌려야할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