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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Oct 30. 2020

알 필요가 없는 것을 모를 자유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는 매일 아침 정보를 한 가득 안고 왔다. 무슨무슨 교육 프로그램부터 다양한 실무에 관한 이론들까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게 일상이었다. 이런 고급 정보를 혼자만 알지 않고 나눠주는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종이가 너무 아깝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수고를 애써 할까 의아했던 적이 더 많았다.


 “원치 않는 정보는 가끔 쓰레기에 불과해. 이런 것들, 그리고 이런 것들 다. 자기한테는 좋은 정보일수 있지만 그게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겐 정보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한 거지.”


 마침내 한 동료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정보를 나눠주던 동료는 그에 순순히 수긍했다. 어쩌면 그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보의 가치보다 자신이 정보를 나눠주는 선의에 더 만족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꼭 사람들에 대해 미리 이야기해주는 언니가 있었다. 어떤 이성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언니는 몇 분 만에 그에 관한 정보를 내게 주었다. 쟤는 여자를 보는 스타일이 어떻고, 전에는 엄청 보이쉬한 여성을 사귀었고, 그 여성과는 어떤 일로 헤어졌고 등등의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나는 그런 것들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궁금했더라도 만나면서 내가 알아보면 되는 것들이었다.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패턴이다. 사람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다 쏟아내기로 작정한 사람들처럼. 그래서 제발 그런 것들은 너 혼자만 알고 있으라는 원성을 사면서까지도 멈추지 못한다. 알고 있는 것을 숨길 재주보다 알고 있는 것을 폭로하는 재주가 더 많으니 어쩌겠는가.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수많은, 그것도 아주 쓸데없는 정보들까지 우수수 쏟아진다. 어느 정치인의 아들, 딸의 이름부터 어느 연예인들의 잠자리 습관까지도 알아야 할 때가 있다. 찾아보지 않으래도 누군가 SNS에 찾아 올리는 것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알게 될 때도 많다. 가끔 이러한 정보들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환대하면서 거기에 무수한 가십을 보태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먹잇감 하나를 발견한 듯 남의 스캔들에 환호하고, 없었던 일까지도 있었던 일로 둔갑시키면서.


 누가 언제 어떻게 내 뒷담화를 했고,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했고,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은 실은 엄청난 변태였고 등등의 가십과 카더라 통신들이 난무하고, 거기에 열을 내고 서로 싸우고 다투는 것들은 우리를 완벽히 혹사시키는 것들 아닌가. 누가 내 뒷담화를 했더라도 내 마음이 다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나에게 애써 그것을 옮기지 않고, 개인의 잠자리는 개인만의 사생활로 남아야 하고, 내가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은 그와 섹스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 그의 성욕이 변태적이든 말든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다행인 것으로 넘겨야지 내가 뭐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고.


 대학 때 기숙사에서 살았던 관계로 과에서 돌고 도는 소문은 기숙사에서 함께 살던 친구와 내가 맨 마지막에 듣곤 했다. 나와 친구가 알면 과의 모두가 알 정도라는 말이 있을 만큼 소문에 늦었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이 오고간 후 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 거기에 뭐를 보태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길 타이밍밖엔 되지 않았던 것이다. 소문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이 그렇게도 편할 수가 없었다. 가끔은 한 박자 늦게 세상에 접속하는 것도 좋은 일이더라.


 어렸을 때는 모르는 것들을 어서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도 몰랐던 것들을 지금도 모르고 싶다. 굳이 몰라도 될 것들을 알면서 마음이 쓰레기장이 되고, 괜히 시름하고, 골치가 아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니까. 실력은 알아야 할 것들을 알수록 쌓이는 법이고, 행복은 몰라야 할 것들을 모를수록 커지는 법이란다. 


 바라는 건, 알 가치가 없는 것들엔 무심하되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선 더 알고자 애쓰면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것. 싸움에 휘말리진 않되, 누군가와의 토론을 두려워하지도 말며, 가십과 폭로에는 한 패거리가 되지 말자는 것. 이런 결심을 할 뿐이다. 스마트폰을 한 켠에 치워두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세상과 멀어지는 시간이 내 마음에 여백을 만들어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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