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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봄이었던 사람이어도

by 요술램프 예미

한 쪽에선 추억을 말할 때, 다른 쪽에선 악몽을 말할 때가 있다. 추억은 추억이기 위해, 악몽은 악몽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해석이 달렸던가. 빛과 그림자, 남성과 여성, 꿈과 현실, 위선과 위악, 이 모든 대립되는 것들에서 중립이란 찾아볼 수 없듯이 어떤 이의 추억과 다른 이의 악몽 사이에도 겹쳐지는 부분이 없을 수 있다. 그리하여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에 대한 정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저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굳이 물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어떠한 사람이라고 정의내려지기까지는 그 두 사람 사이의 역사와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기에, 같은 사람이라도 나와는 다른 역사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학년 때 담임은 항상 따뜻하게 나를 격려하고 나의 좋은 점을 끄집어내 주던 사람이었다. 나를 예뻐해주는 교사도 있구나 의아해하기도 했었다. 내가 모르던 나의 능력까지도 끌어내주던 분이었기에 그 선생님 덕분에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잊었던 장점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격려와 칭찬이 있으니 못하던 것도 잘 하게 되고, 잘 하는 건 더 잘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게는 좋았던 선생님이 다른 친구에게는 최악의 선생님이었다. 어떤 일이 앞에 있었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한 친구가 선생님에게 마구 두들겨 맞고 있는 장면부터 기억이 난다. 여학생이었는데도 선생님은 자비가 없었다. 처음에는 친구의 머리를 톡하고 때렸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친구는 자꾸 일어서려고 했고, 선생님은 친구를 발로 차고 넘어뜨리려는 장면이었다. 선생님이 때리면 넘어진 친구는 다시 일어났고, 다시 일어난 친구를 선생님은 또다시 넘어뜨렸다. 어렸던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 폭력의 장면을 끝나는 순간까지 바라봐야만 했다. 친구는 울 정신도 없어 보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이 넘어지면 일어서고 넘어지면 일어섰고, 선생님은 그게 더 분한 것 같았다. 그리고 폭력은 점점 강화되고, 나중에는 자기 분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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