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나는 황정은이 좋다. 황정은은 삶을 기괴하고 기묘하며 진실되게 묘사한다. 새로 만든 독서모임의 첫 책으로 황정은을 읽기로 했다. 편식을 고치기 위한 모임이었는데 내가 이 책을 골랐다. 역시 난 편식쟁이다.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지인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4년째 이 책의 표지였다. 그 사실만으로 기대가 됐다. 역시 황정은은 재밌다.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도서관에서는 모든 책의 25쪽에 넘버링 도장을 찍는다. 아무리 재미없는 책도 25쪽까지 읽는 게 내 사소한 목표이다. 황정은은 30페이지를 금방 넘겼다. 근데 몇번이고 책장을 덮는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절절해서. 문장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마음이 울렁거린다. 울컥한다. 우울을 우울대로 흘려보내는 것도 좋지만, 우울을 내버려두는 것도 때론 즐겁지만. 마음이 너무 일렁거린다.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