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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Sep 10. 2020

잠이 오지 않아 쓰는 글.

20.09.10 02:47

나는 우울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약을 먹습니다. 엄마는 약봉투가 찢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소리칩니다. 빈속에 무슨 약을 또 먹느냐고요. 하지만 난 몰래, 조심스럽게 약을 먹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스락 소리가 나지 않을까 긴장하며 약을 먹습니다. 이 두 알의 약이 오늘 하루를 시작할 힘이라고,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약을 많이 먹는 친구를 보면, 이런 마음 가져서는 안 되지만, 부럽습니다. 약의 개수가 그의 힘듦을 증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먹는 약은 하루에 고작 4알입니다. 우리 선생님은 약을 잘 안 쓰시는 분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도 헛헛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우울해서 글을 씁니다. 오늘은 왠지 글로 이 마음을 남기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걸 읽고있는 당신이 아침에 찝찝한 기분을 느낄까 봐 걱정합니다. 이 글을 저장해둘까, 그냥 발행할까, 저녁에 올릴까 고민합니다. 아마 그냥 이 새벽에 발행할 것 같습니다. 나는 글을 쓸 때 시간을 기록합니다. 시간은 나에게 중요합니다. 어느 요일에, 어느 시간대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기록이 쌓이다 보면, 아 나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새벽 3시에 우울하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왜 글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일기장에 쓰면 될 것을,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에 쓰면 될 것을 나는 굳이 읽히고 싶어 여기다가 글자를 뱉어냅니다.


나는 사랑이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연애란 걸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오늘, 아니 어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연애하면 안 된다, 연애하기 힘들다는 뉘앙스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 제목을 보고 불쾌했지만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글에 적힌 말이 맞습니다. 나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말이 되는데, 누군가 날 좋아한다는 건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먼저 카톡을 보낸 걸 후회하고 조금 더 날씬하고 예쁘지 못한 나를 한탄합니다.


나는 우울합니다. 내가 우울해서 사랑받지 못하는 건지, 사랑받지 못해 우울한 건지 이젠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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