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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pr 22. 2018

인공수분을 하다.

좋은 사과를 위하여...

식물은 수정 방법에 따라 바람에 의한 풍매화, 벌 등 곤충에 의한 충매화, 

물을 이용하는 수매화 그리고 새를 이용한 조매화등으로 분류된다. 

사과는 벌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져 수정되는 충매화인데 

아무 꽃가루나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과 종류의 꽃가루여야만 된다. 

꽤 까다로운 취향을 지녔지만 그 덕인지 열매는 매우 달다.

수정을 쉽게 하기 위하여 과수원 주위에는 꽃사과라고 하는 수정용으로 

전문화된 나무를 배치하고 또 서로 다른 종류의 사과를 심기도 한다.

인공수분은 사과의 꽃가루와 소나무의 송화가루(석송자, 알아보기 쉽게 

붉은색을 입힘)을 섞어서 새의 솜털로 만든 일명 면봉으로 꽃의 암술에 묻히는 작업이다.


인공수분을 하는 이유

초기에는 여러 가지 사유로 벌들이 적어져서 수정이 잘 안 되는 것을 주된 이유로 이해했다.
당연히 '말도 안 되지, 그 많은 꽃송이를 어찌 일일이 다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어려운 일들을 5년째 해내고 있지 말입니다'가 되었다.


매번 인공수분을 할 때마다 초대받지 않은 동료 일꾼들, 벌, 등에, 꽃무지 

그리고 나비 등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인공수분의 필요성을 의심할 때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정형과 생산"의

중요성을 부각하였다.

 인공수분을 통하여 최대 10개까지의 씨앗을 생성시켜서 균형 잡힌 정형과 즉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추가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소속 사과연구소 어떤 박사님은  큰 사과를 

만들기 위해서 인공수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생리적으론 꽃이 개화 1-2일 전 개화 2-3일까지 수정능력이 양호하다고 한다.

벌들은 아직 피지 않은 꽃잎을 헤치고  꽃가루를 채취하지만 벌 이외에는

일반적으로 개화 3일 사이에 일기가 불순하면  수정 상태가 원활하지 않아 인공수분이 필요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과농부들이 인공수분을 하지 않고 사과를 생산하는 

것을 보면 인공수분의 필요성은 수정 불능, 정형과 생산, 대과생산 등의 

외부적 요인보다는 추가적인 노력을 투입하더라도 좋은 사과를 만들겠다는 

나의 욕심에서 시작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공수분을 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에 사서 하는 고생 이거나 프라이드를 위한 작은 투자.

 

석송자와 혼합된 꽃가루를 면봉으로 묻힌다.
석송자와 혼합된 꽃가루를 면봉으로 묻힌다.

인공수분 도구, 불안 마케팅 혹은 문명 발전 과정?

기본적인 도구는 면봉과 작은 그릇.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라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계 혹은 장치가 개발되어 있다.

우선 타조털을 앞에 두고 공기로 꽃가루를 쏘아주는 러브터취기, 

방제기의 휀 바람을 이용하여 꽃가루 날려버리는 장치 그리고 꽃가루를 액상으로  풀어 분무하는 방법 등이 이용되고 있다.

나도 러브터취기를 사서 한 해 사용해 보았는데 기계라고 더 빠르진 않은 듯하고 면봉으로 꽃을 찍는 것이 더 간편하여 고이 모셔만 두고 있다. 

방제기나 액상화 하는 방법은   사과가 충매화임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 듯한데 쉽고 간편하게 인공수분 작업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방제기 부착 장치를 실험한 어느 교수님은 그 장치의 효용성을 '나도 인공수분 작업을 했다는 심리적 안정감 제공에 의의가 있다 '고 하였다.


숙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확실한 효용가치와 효율은 면봉이고 러브터치는 그다음 그리고 방제기와 액상화 순이다. 비용은 그 역순으로 많이 들것이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의 기계화는 산업혁명이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인기관의 인증이나 그에 버금가는 신뢰성 있는 기관의 실험 결과에 대한 인증이 없는 기계화란 

결국은 불안 마케팅의 범주에 가깝다.

문제는 농업분야에서 정확한 담당기관이나 공인기관을 찾기 어렵고, 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불안 마케팅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농사의 매력이자 블랙홀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결과를 가능케 한 특정 요소/요인을 단정 짓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어서 기계화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과꽃 인공 수분하면서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나는 그저 내가 묻힌 꽃가루로 좋은 사과만 나오면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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