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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pr 29. 2018

요설(要說) 혹은 요설(饒舌)?

켄 윌버의 "무경계"를 읽으며

독후감이라 써 본 것이 언제였는지 아득한데 더욱이 다 읽지도 못한 

책의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말이 안 되지만 다 읽고 쓰려면 너무 오래 걸려 다시 읽어야 하고 게다가 

그 두 번째 읽기도 아주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또 읽으면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어서 몇 자 적기로 했다.

다 읽은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읽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어쩌겠는가?


책과의 인연

언젠가 어느 책에서 '무경계'를 언급한 것을 보고 구입하려 했으나 재고가 없어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출판사인  정신세계사에 전화한다고 생각만 하고 잊어버렸는데 성장판을 통하여 다시 책이 내게로 왔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의 대단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불경스레 보이는지 글의 제목 같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물론 이는 내 의식 수준의 한계...).

합일 의식, p96-97

" 당신은 '드는 자'를 들을 수 없다. 들리는 소리들에 더해서,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 자'를 듣는 행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듣는 자를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듣는 자가 존재하지 않기'때문이다. <중략>

"사원의 종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거기엔 종도 없고 나도 없었다. 단지 종소리만 있을 뿐."

관세음보살의 깨달음도 그런 실험을 통해서였다고 전해진다."


듣고 있지만 혹은 들었지만 '듣는 자'를 듣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 맛보는 자'. '보는 자', '생각하는 자',

'느 끼는 자'는 각각의 경험과 분리된 경험자라고 생각해 왔지만 실제론 '나'와 '나의 경험' 사이에 

아무런 간격도 없다. '나'는 곧 '나의 경험'이고 이는 '나'라고 부르는 내적 감각과 '세계'라고 부르는 외적 감각은 하나의 동일한 감각으로 지금 이 순간의 의식상태가 곧 합일 의식이라는 의미이다.


이 부분이 내게는 아주 실감 나게 다가왔는데 이는 헤세의 '싯달타' 때문이다.

 나는 헤세의 '싯달타'가 강을 바라보다가 득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아주 오래전부터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왜 헤세는 그렇게 설정을 했을까? , 강이 주는 의미가 무 멋일까? 

어쨌든 부처님은 해탈을 하셨고 싯달타는 소설일 뿐이지만 나는 유독 그 문제에 집착해 온 감이 있었는데

윗부분을 읽으면서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비슷한 감정을 '우리는 하나다"라는 마음공부 혹은 명상에서 자주 보는 표어에 대해서도 느끼는데

내가 본 어느 책보다도 '하나'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그 설명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 저 밖에 있는 대상' 모두는 단지 나의 '투사'에 불과하므로,
그 모든 것은 나의 한 측면들로 재발견될 수도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어떤 점이 몹시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나에게 그런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접촉하는 것들 모두가 그  핵심에 있어서는 '진정한 나'의 본래면목이다.
마음공부, 혹은 명상을 접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느껴야 되는 것인지를 자문하곤 했는데 결국은 내게 나를 보여주는 일이라는 얘기.


비판적 시각

유튜브에서 켄 윌버의 강의를 보는데 '홍익 학당'이라는 곳의 '윤흥식'의 표현에 의하면 

'참나'의 개념 정도만 아는 수준에서 말들의 개념화를 통하여 절 대계인 무경계를 논하며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경계를 만드는 사람으로 대승불교의 서적과는 달리 그에게는 안 맞는 사람으로

미혹되지 말라고도 한다.


아직 남아있는 서너 장을 읽고 다시 읽어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각 장별로 힘들게 따라가고 있는데

내게 정말 어려운 것은 낯선 용어들이 나타내려고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 허망한 것은 말미에 독자들을 위하여 자세히 설명해둔 "켄 윌버의 사상"이

본문보다 더 어려워 내가 이해하는 바가 제대로 된 것인지 당혹스러워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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