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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ul 21. 2019

"숲속의 작은집"과 "쇼생크"

지난번 서울 집에 갔을 때 이미 종영되었다는 tv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의 일부를 보았다.

전기 수도 가스의 공급이 제한된  집에서 지내며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럭셔리한 캠핑이 아니라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백패킹과 흡사한 여건 ( 주거환경은 훨씬 좋지만)으로 보면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서 (?) 자연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은 듯했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보니 "행복"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취지에 공감하는 출연자는 물론 청취자들도 많이 있어 보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기가 있다는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자연인"이 나오는 프로그램보다 덜 작위적이고 더 자연적일 수 있다고 보았다. 미리 준비해 둔 공간에 한정된 시간만 보내는 프로그램이 실제로 자연에 살고 있는 이를 찍은 프로그램보다 덜 작위적이라는 것이 이상한 말이지만  "자연스러운" 측면에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혼자 캠핑할 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제작의도로 비우는 삶인 ‘미니멀리즘’을 통해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본다는 것이 참 좋은 착상으로 나영석사단의 또 하나의 작은 승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시청률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종영]"시청률 아쉬웠지만"…'숲 속의 작은 집', 소확행 만끽한 시간 비록 '숲속의 작은 집'은 초반 화제성과 달리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전에 느낄 수 없던 새로운 힐링을 선사하는 차별화를 이뤄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빚어내는 힐링이 아닌 피실험자가 홀로 고립된 생활을 바라봄으로써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알려줬다. 헤럴드 POP & heraldpop.com
나영석 PD "'숲속의 작은집' 시청률↓, 소지섭 박신혜에게 미안"          "'숲 속의 작은 집' 같은 경우에는 시청자들의 '니즈'보다 제작진이 하고 싶은 그림을 마구 그렸던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후회하는 것은 '시도'가 아니다. 내 마음에는 언젠가 그런 식의 흐름으로 예능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능이 지향하는 한 가지 도착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기가 이른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또 "반응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막상 반응을 보니 각오가 안 돼있더라. 소지섭 박신혜 보기도 미안하고 시청률 결과가 나오면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 자체에 의의는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본 적 없는 포맷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번 경험을 자양분 삼아서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뉴스줌                     [© 뉴스1코리아(  news1.kr)


정작 출연자들은 만족한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는 만족을 시키지 못한 셈인데 "시도 자체에 의의"는 분명히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먹히지 않아서 안타깝다. 나는 그 이유 중에 하나가 " 긴장감 내지 스토리의 결여"라고 생각한다. 나PD의 삼시 세 끼나 윤 식당 등은 큰 흐름 안에 구성원 간의 케미와 견제가 있지만 "숲속의 작은집"은 두명이지만 각기 혼자 지내는 출연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힐링을 주제로 하면서 가벼운 (?) 임무를 주는 그림으로는 긴장감을 창출하기가 힘들다. 편안한 침묵과 평화는  곧 지겨움을 쉽게 유발한다. 마치 멋진 바닷가에 맛있는 음료를 들고 혼자 있으면서 멋진 그림이지만   오랜 시간 볼 만한 그림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내가 본 프로그램에서는 현지의 농수산물로 조리하여 식사하고, 듣고 싶은 음악과 영화를 듣고 보는 것이었는데 즉각  "어 내 생활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삼시세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해 먹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한다. 영화나 TV는 시간을 너무 쓰게 될까 봐 두려워 보지 않지만... 오직 한 가지 다른 점은 내게는 일이 있고 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이다.  일이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고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은 더 좋은 일이지만  그 일이 자연이 정한 시간 내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과가 비참해진다는 위험도 있어서 적당한 긴장감이 상존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이 변하고 일도 달라지니 지루해할 틈이 없는 반면 퍼지게 쉴 수 있는 시간도 적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직도 나는 즐겁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PD가 작업과 휴식의  힐링과정을 기획했으면 훨씬 좋은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좀 힘들 때도 있지만 나는 이곳 사과밭 생활이 즐겁고 이곳이 "숲 속의 작은집"이지만 당연히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다. 먼저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2018.4.15  "사과농부의 일과 쇼생크 탈출" 참조), 이곳에 온 첫해,  첫 일주일을 도와주고 서울 집으로 떠난 마눌이 내게 한 말이 "나는 쇼생크 탈출하는데 당신은 어떡할래?"였다. 가끔 내려오는 마눌에게는 이곳은 아직도 그 범주의 근처에 있다. 작년인가 부란병이 심한 나무를 구하기 위해 약 50여 그루의 나무에 약과 진흙을 개겨서 바르고 방수용 수성 왁스를 뿌려주는 작업을 하고 반은 자랑으로 마눌에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첫마디는 전혀 예상 밖이었는데 "역시 난 안 내려오길 잘한 것 같아."였다. 역시 우리 마눌님은 참 똑똑하다. 안 내려온 결과 그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는 영식이 남편을 두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없어서 간절히 간구하고 한편에서는 이미 있어서 그 혜택을 누리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미스매칭이 어찌 보면 세상을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게는 "숲속의 작은집"이 다른 이 에게는 "쇼생크"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그 반대도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이 "숲속의 작은집"이든 "쇼생크"든 나는 언제나 "숲 속의 작은집"에서 살려고 노력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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